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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온님의 서재
  • 갑각 나비 1~5 합본 박스 세트 - 전5권
  • 오트슨
  • 54,000원 (10%3,000)
  • 2019-04-30
  • : 337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오래전, 처음 『갑각 나비』를 접하고 느꼈던 충격이 생생합니다. 소재, 구성, 문체 등이 이전에 읽었던 다른 소설들과 궤를 달리했기 때문입니다. 흔치 않은 소재로, 생각지도 못한 구성으로, 섬세하고 고풍스러운 문체로 어쩜 이렇게 소설을 잘 쓸 수 있을까 싶었습니다. 정말 거짓말 안 하고, 『갑각 나비』를 읽고 나서 내가 한글을 알고 있다는 게 다행이라고 생각할 정도였어요.

 

 『갑각 나비』에 그토록 빠져들었던 이유는 단순히 기괴한 이야기이기 때문만은 아니었습니다. 『갑각 나비』가 바로 ‘이야기에 관한 이야기’였기 때문이었습니다. 이야기들이 유기적으로 얽히면서 또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작가-소설-독자’의 관계에 대한 사유가 자연스럽게 이야기 속에 어우러진 것을 보며, 정말 『갑각 나비』는 소설을 사랑하는 사람을 위한 소설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갑각 나비』의 연재가 몇 년 동안 되지 않고, 연재되던 드림워커 사이트도 사라진 상태에서 마치 깜짝 선물처럼 5권 완결 박스 세트로 한꺼번에 출판이 되었습니다. 종이책으로 꼭 소장 하고 싶었는데 이렇게 완결까지 종이책으로 출판해주셔서 바로 질렀습니다. 3권까지는 인터넷에서 연재된 걸 읽었기 때문에 4권부터 읽었어도 되었지만, 소설을 온전히 감상하기 위해 1권부터 다시 읽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완결까지 읽고 나서 만족했습니다. 영화 「어벤져스 : 엔드게임」를 보고 나서 든 느낌과 비슷했어요. 오래도록 기다린 결말이고, 몇 가지 아쉬움이 있긴 하지만, 커다란 이야기를 충분히 잘 마무리해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느낀 몇 가지 아쉬운 점을 말씀드리자면,

 

1. 에프스베스에 대한 이야기가 없는 점. (분명 레이즈는 에프스는 만난 적 없고 에프스베스를 만난 적이 있다고 했는데 왜...)

2. 로바나 엔쥴로스에 대한 설정과 최후(엔쥬가 눈을 감으면 큰일 날 것 같았는데 막상 눈 감아도 별 다른 일이...게다가 이야기에서 금방 퇴장한 게 아쉬웠습니다.)

3. 1권에서 보였던 형식의 참신함이 뒤에는 없다는 점

 

등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 정도면 아주 치명적인 설정 오류도 없고. 그동안 뿌려진 떡밥을 대부분 잘 회수해내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갑각 나비』처럼 복잡한 이야기를 큰 설정붕괴 없이 회수해 낸 것은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전설의 판타지 소설이 드디어 완결됐다는 게 정말 대단합니다. 장르 소설 팬들의 반응은 여기 100자 평만 봐도 알 수 있죠. 작가님께서 스무 살 때부터 쓰셨던 소설이 작가님께서 이십 여 년의 시간이 흐른 끝에 완결까지 쓰였습니다. 마지막 문장을 읽고 정말 『갑각 나비』의 마지막에 완벽한 문장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작가님께서 그동안 『갑각 나비』를 쓰시면서 느끼셨을 많은 것들이 그 안에 담겨있는 것 같았습니다. 마지막 문장을 읽고 저도 왠지 울컥했네요. 작가님께 그동안 고생 많으셨고, 『갑각 나비』를 세상에 내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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