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님의 글들이 너무 좋아서, 지니고 있고 같이 있고 싶어서, 읽고 또 읽고 따라 써보다가... 약간 외워져서 대화 중 떠올리곤 함부로 조각쳐낸 채 불확실하게 인용하고 글 쓰다가 떠올라서 작가님의 블로그(https://blog.naver.com/everyother_d)와 인스타그램(https://www.instagram.com/occasional_hug/), 예스24 연재(https://ch.yes24.com/Article/List/3094), 민음사 ⟨한편⟩ '우정' 뿐 아니라 수많은 잡지들, OFF매거진(https://off-magazine.net/TEXT/2021-andam.html) 등등 날짜랑 링크 달아 꼼꼼히 인용하고 해온 때들이 숱한데 이젠 이렇게도 지닐 수 있다니요... 데리고 다니기 딱 좋은 크기에 맑은 초록빛 표정들을 단 표지 사이 촘촘히 자리한 검은 글자들과 종종 새까만 무늬일까 잎사귀일까 조약돌일까 궁금한 중간점들. 이렇게 다시 읽어서, 이렇게 "닳고" "낡"은 (55쪽, ⟨낡을 힘이 있는 정치를 위하여⟩ 中) 채로 다시 만나서 기뻐요. 인터넷 바다에 나무책꽂이들 사이 흩어져 있었어도 찾아갔을 작가님의 글들이래도, 글들의 홈베이스, 아지트, 사랑채이기도 한 안채가 생긴 것 같아서 좋아요. 여럿이 같이 있을 수도 있어서 좋아요. 글들에게도, 작가님께도 좋은 일이었으면 좋겠어요. 우선 독자에게는, 독자들에게는 너무 좋아요. 많은 누구들과 같이 읽을 거예요. 감사합니다.
먹는 것만 봐도 배가 부르다는 말은 수사적인 표현이 아니다. 그건 돌봄의 성질을 간파한 누군가가 퍼뜨린 관계의 진실이다.- P22
노란 골목의 점순이 말고도 인근의 골목마다 유명한 고양이가 한 마리씩은 살다 보니까, 바람에 유영하는 쓰레기를 느긋한 고양이로 착각하게 되는 일이 적지 않다. 검은 비닐봉지를 향해 반가운 마음으로 살금살금 다가간 적이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거꾸로 어떤 고양이는 비닐봉지로 보인다. 대체로 하얗고, 부분적으로 노란, 어쩌면 낙엽일 수도 있는 작은 봉지로 보인다.- P76
내가 지어낸 의례에 따르면 작은 동물이 죽었을 때는 꽃이, 많은 꽃이 필요하다.- P103
무늬와 함께 살기 시작하고 나흘 동안 단 한번도 울지 않았다. 잘도 참다가, 딱 나흘째에 욕실 앞 매트에 주저앉아 엉엉 울었다. 털쟁이 룸메이트가 부리나케 나를 쫓아왔다. 오열로 흔들리는 내 몸에 자기 엉덩이를 붙이고 소파에서 자던 잠을 이어 잤다. - P110
하지만 그런 이야기들이 만들어내는 그늘도 보아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죄책감과 수치심의 그늘 속에 방치되는 사람이 늘어날 거예요.- P200
그 애견숍이 세상에서 사라지길 바라면서도, 포인터야 아저씨가 폐지를 줍지 않는 시간에는 어떻게 사는지가 궁금하다. 이전에는 전혀 궁금하지 않았는데, 그가 하필이면 우리에게 인사를 건네는 바람에 궁금해지게 되었다.- P2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