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내가 말을 뱉고도 "아차"싶을 때가 있다. 왜 이렇게 못된 말을 했을까, 조금만 달리 말했으면 어땠을까 하고 후회가 된다. 아니다. 마음 저편 어딘가에 '나 이만큼 상처 받았으니 내 상처를 알아봐줘, 그리고 너도 똑같이 아파봐'라는 못된 생각이 있는 건 아니었을까. 말은 그 사람의 인격을 나타낸다고 한다. 그 말에 전적으로 공감하여 최대한 말을 아끼고 가리려고 노력하지만 여전히 후회할 일이 많은 걸 보면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 내 언어의 온도는 몇 도쯤 될까?
작가는 일상에서 발견한 의미 있는 대화들, 생각들을 짧은 글로 모았다. 글을 읽는 동안 고개를 끄덕이기도 하고 조금 울컥하기도 하고 미소짓기도 하였다. 어떤 글들은 쉬이 다음 글로 넘어가기 어려워 두세번 반복해서 읽기도 하였다.
"그냥이란 말은 대개 별다른 이유가 없다는 걸 의미하지만, 굳이 이유를 대지 않아도 될 만큼 충분히 소중하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그냥 한번 걸어봤다 中
"그냥" 이란 말을 흘려듣지 말아야 겠다.
"기주야, 인생 말이지.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지 마. 어찌보면 간단해. 산타클로스를 믿다가, 믿지 않다가, 결국에는 본인이 산타 할아버지가 되는 거야. 그게 인생이야."- 한 해의 마지막 날 中
인생이 그렇다면, 조금은 어깨의 긴장을 풀고 살아가는 것도 좋겠다.
작가는 따뜻한 시선을 가진 사람인 것 같다. 모든 사람들이 버스에서, 까페에서, 공원에서 주위 사람들을 바라보고 그들의 대화에 귀 기울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사물과 사람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가졌기 때문에 따뜻한 온도의 글을 쓸 수 있는 것 아닐까?
"사랑하는 사람과 시선을 나눌 수 있다는 것, 참으로 소중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눈을 동그랗게 뜨고 상대를 자세히 응시하는 행위는 우리 삶에서 꽤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관찰=관심 이라는 등식이 성립하기도 한다."-관찰은 곧 관심 中
"참, 나는 계절이 변하는 미묘한 시기에, 수분크림이나 계절에 어울리는 양산을 어머니 화장대 위에 은밀하게 올려놓는 편이다."-계절의 틈새 中
작가의 따뜻한 시선이 마음이 부럽다. 나도 따뜻한 시선을 갖고 살면서 다른 사람에게 온기를 주는 말을 하는 사람이고 싶다. 마지막 페이지의 작가가 인용한 말처럼 "아름다운 것을 아름답다고 느낄 때 우린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