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리소설은 정말 오랜만에 읽어봤다. 과거 한국의 김성종 작가의 책을 거의 전작으로 읽었었고, 그외에 아가사 크리스티와 같은 유명한 외국추리작가의 소설을 읽었으나 일본 추리소설은 읽은 기억이 없었다. 그런데 우연히 알라딘에서 일본추리작가 소설을 따로 묶어서 보여줬고 그중 '벚꽃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라는 작품이 판매량 등에서 1위여서 용기를 내어 구입하여 읽었다. 결과는 대단한 반전이었으나 실망 그 자체였다.
이건 추리소설이라고 볼 수 없다. 추리소설이란 작가가 창조한 탐정과 범인과의 숨막히게 전개되는 머리싸움이다. 이게 통상의 추리소설의 모습이고 그 매력때문에 나같은 사람이 추리소설을 읽는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작가는 탐정과 범인과의 지능적인 플레를 창조하는데 한계를 느꼈는지 이번에는 독자를 속이려고 작정을 했다. 그리 독하게 맘을 먹었으니 속아주는게 독자된 도리이겠으나 왠지 뒷맛이 찜찜한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숨막히는 긴장감, 하나씩 드러나는 어둠의 세계의 추악함, 명석한 탐정의 두뇌 플레이, 미꾸라지처럼 빠져 나가는 범인의 용의주도함, 그 어떤 것도 기대할 수가 없다. 그저 처음부터 끝까지 덤덤히 읽을 뿐이다. 가독성은 좋다. 그리고 일반 문학작품과 같은 세밀한 문체나 묘사 따위는 기대하지 않는게 좋다. 사실 추리소설을 읽으면서 그런것까지 기대한다는건 무리이리라. 그러나 추리소설에 거는 근본적인 기대조차 충족시켜주지 못한 이 소설이 일본에서 몇개의 상을 수상했고 팔리기도 꽤 많이 팔렸단다. 대체 한동안 추리소설을 전혀 보지 않은 사이에 이 바닥이 왜 이렇게 변했는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