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하얀양말님의 서재

김영하라는 이름 석자를 대중에게 처음으로 제대로 알리게 한 작품이다. 물론 그 전에도 몇편의 작품이 있었지만 이것이 그를 가장 잘 알리게 해준 첫번째 작품이라는데는 이의가 없을 것으로 본다. 평론가나 대중은 이 작품을 가리켜 판타지라고 하는데 내가 보기에는 그다지 판타지라고 보이지도 않았다. 아니, 이 정도가 판타지면 대체 판타지 아닌 소설이 얼마나 되겠는가. 이 정도도 현실로서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그것이야 말로 상상력의 부재가 아닐런지...

개인적으로 한국 작가중에 최근 김영하만큼 좋아하는 사람이 없다. 일단 그의 작품을 읽으면 재밌다. 그리고 쉽게 읽히고, 처음부터 끝까지 한번에 읽게 된다. 이것이 내가 생각하는 김영하의 가장 큰 장점이다. 그렇다고 무슨 만화같다는 얘기가 아니다. 할 말 다하면서도 재밌게 쓰고, 부담없이 읽힌다는 뜻이다. 이런 점에서 그는 확실히 재능을 타고난듯 하다.

이 작품도 앉은 자리에서 후딱 다 읽을 수 있는 작품인데, 특히 그의 작가시점이 대단히 흥미롭다. 동분서주하듯 왔다갔다 하면서도 전혀 껄끄럽지가 않고 오히려 작품 몰입에 도움이 된다. 저런 작가시점의 변화는 대체 어찌 구상하였는지 궁금하다. 그리고 확실히 작가란 인종은 박학다식해야 함을 또 한번 일깨워준 작품이었다. 그림이나 그에 대한 해석, 그것을 모티브로 사용하면서 이야기를 진행시키는 솜씨하며.....

철학자 누군가가 한 말이 있다. 인간이 유일하게 고유의 자유의지로 행할 수 있는 일은 자살뿐이라고.... 그런데 그 자살 조차도 헬퍼가 필요하다니......인간의 본질은 대체 무엇인지 궁금하게 만들었다.


  • 댓글쓰기
  • 좋아요
  • 공유하기
  • 찜하기
로그인 l PC버전 l 전체 메뉴 l 나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