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0만 부를 뛰어넘는 초베스트셀러 등장. 동명의 드라마 마지막회 시청률 50.4%. 일본을 강타한 드라마이자 소설인 <한자와 나오키>. 전 일본을 들썩이게 했다는 점에서 지극히 눈여겨 봐야 할 작품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직장에서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그린 것에 대한 부담감이 들었던 것이 사실이다. 얼마 전 국내 TV에도 방영되었던 <송곳>이라는 작품이 있다. <미생>과는 다르게 직장에서의 삶을 너무나 사실적으로 그려 시청자들이 보기에 오히려 어려움이 있었다는 평이 많았다. 그러한 느낌이 <한자와 나오키>에게서 들었다.
그런데 동시에 은행원이 아무리 자신의 억울함을 벗고자 탐정과 같은 활동을 한다지만 저렇게나 근무시간에 돌아다닐 수 있을까 하는 어색함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현실은 그렇게 처참하게 스러져가는 민초의 모습이 맞을 텐데 말이다.
더불어 한자와 나오키의 균형추가 되어준다고 적혀 있는 한자와 하나, 즉 아내는 정말 남편에게 끝도 없이 잔소리하고 짜증만 내는 사람처럼 보여 몰입하기 힘들었다. 진정으로 남편을 생각한다면 억울함을 이겨내도록 격려해도 모자랄 판에 늘 자신의 입장을 걱정하기에 급급하다.
그런 와중에 오사카 서부지점의 지점장 아사노의 행동은 하나부터 열까지 다 이해할 수 있었다. 한자와의 입장에서는 절대 악처럼 그려지기는 하지만, 자신의 입장에서는 그렇게 꼬리 자르기를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동정심마저 아주 가끔 들 때가 있다. 그리고 그 모습이야 말로 진짜 오늘날 현실적인 직장인의 모습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시대가 많이 변했나 보다. 언제나 정의의 편에서 분노를 불살라왔던 나였는데, 이제는 오히려 조금이라도 사실적이고도 현실적인 모습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영화나 미드에서 보면 스핀오프 격인 이야기가 가슴에 와닿는다고나 할까.
<한자와 나오키> 시리즈는 4편까지 계속 번역되어 출간될 예정이라고 한다. 앞으로 한자와의 탐정 빙의가 어디까지 이어질지는 모르겠지만 왠지 나와는 맞지 않는 아쉬운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니면 너무 기대가 컸던 탓일까. 요즘에는 영화를 관람하거나 책을 읽기 전에 기대를 하지 않는 편이었는데 이번에는 너무 기대가 컸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 시리즈가 국내에 정식으로 출간되어 많은 일본 소설 독자들을 흥분하게 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은 크다. 나와 맞지 않는 것일 뿐, 이 소설 자체가 갖고 있는 의의는 엄청난 것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