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이델의 <불평등의 역사>를 재미있게 읽었다. 원서 제목인 The Great Leveler가 보이듯, 세계사에서 경제적 불평등을 대폭 완화시키는 사건 유형을 살펴보고 종합하는 책이다. 평소에 이 책에서 주장되는 것와 비슷한 생각을 문제의식으로 가지고 있었는데, 외국 잡지에서 서평이나 책 소개를 보고 관심을 가지고 있다가 번역본이 나올 때 바로 사서 리스트에 올려 놓고 있었다. 번역은, 일부 오역은 있지만, 대체로 읽고 이해하기에는 무리가 없다.
필자의 주장은 역사적으로 대폭적인 불평등 감소를 야기시킨 사건 유형으로서 비교사적으로 의미를 가지는 것은 대규모 동원 전쟁, 폭력적 혁명, 국가 내지 체제 붕괴, 대유행 전염병 네 가지이며, 그것이 가하는 폭력성이 크면 클수록 그 효과가 컸다는 것이다. 특히 이 네 가지는 서로 충첩해서 나타남으로써 효과를 극대화하기도 한다(예컨대 제1차 세계대전에 이어진 러시아 혁명), 이에 대해 다른 사건 유형 예를 들어 토지 개혁, 채무 면제, 경제 위기, 경제 성장(쿠츠네츠 가설), 민주주의, 교육 신장 등은, 앞의 네 가지와 연결되는 경우 효과를 가지지만(예컨대 제2차 세계대전과 공산주의 위협 하의 남한, 대만 등의 토지 개혁), 단독으로는 효과가 없거나 크지 않았고, 있더라도 대부분 단기간에 그쳤다는 것이다. 저자에 따르면 20세기 다수 국가의 평등화 경향은 20세기 초중반의 대규모 동원 전쟁 및 폭력 혁명의 영향이었고, 최근의 불평등 증가는 강력한 평등화 기제인 네 가지가 장기간 억제되어서 발생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러한 인식은 세계대전과 혁명의 영향으로부터 다소 떨어져 있었던 남미에서 20세기 내내 지속적으로 불평등이 유지/상승하였고, 최근 교육이나 재정 조치에 따른 일부 완화 경향도 단기적이었다는 사실로부터도 반증된다고 한다. 저자는 이상의 내용을 고대 문명부터 최근의 사건까지 각종의 역사통계적 자료를 가지고 입증하려고 시도한다. 장래의 전망에 대해, 이 책은 강력한 평등화 기제 네 가지는 앞으로 반복되기 어렵기 때문에 대폭적인 불평등 감소는 일단 쉽게 기대하기 어렵지 않겠는가 하는 조심스러운 하지만 우려스러운 전망으로 마무리된다.
역사가가 아닌 나로서는 이러한 해석이 얼마나 확실한 것인지 스스로 평가할 능력은 없다. 일단 개인적으로 전부터 가지고 있던 문제의식에 비추어 꽤 설득력 있게 읽기는 했다. 다만 이 책은 너무 많은 역사적 사례를 논하면서 데크니컬한 서술이 많아 다소 지루한 면은 있다. 이 점만 참을 수 있으면 한 번 읽어 볼 만한 것 같다. 샤이델은 최근 저술 Escape from Rome에서 유럽이 경제적으로 다른 지역보다 앞서나가게 된 중요한 원인으로 다른 지역에서는 제국의 멸망 후 곧 제국이 재건되지만 서유럽에서는 로마 제국 이후에 분열 상태가 오래 지속되었다는 점을 들면서 이로부터 발생하는 활력을 들고 있다는데, 이 책의 문제의식의 연장선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책도 번역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