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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읽기는 귀찮지만 독서는 해야 하는 너에게
- 김경민.김비주
- 13,500원 (10%↓
750) - 2022-09-26
: 1,063
<책 읽기는 귀찮지만 독서는 해야 하는 나에게 온 《책 읽기는 귀찮지만 독서는 해야 하는 너에게》>
이 책은 전직 프로 고등학교 국어 교사인 엄마 ‘김경민’과 그의 현직 고등학생 아들 ‘김비주’가 같은 책을 읽고 나눈 대담을 기록한 책이다(엄마 김경민 작가의 편집력이 돋보인다). 지금부터는 줄여서 ‘책귀독너’라 칭할 것이다(쓸데없이 비장).
*
진부하나 사실이기에 이날 이때껏 ‘취미: 독서, 영화감상’이라고 써 왔다. 그러던 어느 날, 책장에 꽂혀 있는 적당히 많은 책을 바라보다가 나는 알아챘다. “헐. 읽은 책보다 안 읽은 책이 더 많네? 읽을 책을 사는 게 아니라 산 책을 읽는 거라더니만!” 그렇다. 책 읽기를 어느 순간부터 귀찮아해 온 나였던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을 샀다. ‘책귀독너’만 읽으면 24권을 한방에 섭렵할 수 있다고 으흐하하하하. (워워 캄다운) 흠, 그래도 내가 히드라도 아니고 무려 호모사피엔스인데, 책 읽기가 귀찮은 이유에 대해 한 번은 생각해 봐야 하지 않겠는가? 멀쩡히 뇌를 달고 있는데? 하지만. 뇌 사용도 갑자기 귀찮아지고야 말았다(이게 이유인가. 만사 귀차니즘?) 그래, 일단 읽어보는 거야! 읽다 보면 답이 나올지도 몰라.
그리고 나는, 밤새 완독을 한 것인데! (와우 언빌리버블)
1. 책 읽기를 귀찮아해 온 내가 어떻게 ‘책귀독너’는 완주할 수 있었나
정답 공개는 이 책의 p66, 67 구병모의 <피그말리온>을 읽은 모자의 감상으로 대신한다.
- 엄마: 어땠어? 엄마가 말한 대로 재밌지?
- 아들: 응, 재밌었어. 사실 어젯밤에 한 50페이지만 읽고 자려고 했는데, 중간에 끊을 수가 없었어. 으으으, 심장이 막 쫄리더라고.
- 엄마: 그니까. 이야기를 끌어가는 작가의 솜씨가 대단한 것 같아. 읽다 보면 작가에게 막 멱살 잡혀서 끌려가는 기분이더라
책장이 붙어 넘어간다,
놓을 수가 없다,
모자작가단에게 멱살 잡혀 끌려간다! 질질질.
“<책귀독너> 짱 재밌어!”
그러하다. 모름지기 재미있어야 한다.
(책장의 하품 나오는 책들 선별해서 알라딘 중고서점에 팔아야징 룰루루)
2. 그렇다면 이 책의 재미 요소는 무엇?
① 재미있는 책은 어느 페이지를 펼쳐도 재미있다는 사-실! 지루할 틈이 없다. 차원 높은 내용임에도 유머가 가미된 자연스러운 대화체를 따라가다 보면 나도 함께 고품격 수다에 동참하고 있는 기분마저 든다(기분일 뿐 끼어들 순 없을 것이다. 어우, 이 모자는 심하게 똑똑해).
아들인 김비주가 ‘한중록’을 어지간한 소설보다 재미있게 읽었다고 했듯 나 또한 이 책을 소설처럼 읽었다. 엄마인 김경민 작가의 전작 중 <젊은 날의 책 읽기>에 소개됐던 ‘새벽 세 시, 바람이 부나요’를 읽었을 때처럼 말이다. 남녀가 주고받은 이메일 대화로 이루어진 그 소설이 이메일 함을 엿보는 짜릿함을 주었다면, ‘책귀독너’는 텍스트를 공유한 부모와 자식이 티키타카 토론 중인, 주홍 램프 빛으로 감싸인 저녁 식탁에 동석한 듯 유쾌한 편안함을 준다.
② 어린이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책 쓰기에는 내공이 필요하다. 어려운 내용도 쉽게 써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의 대상은 모두다. 어른도 그런 책을 원하니까. 문학, 인문, 사회, 과학 폴더 각각의 라인업이 만만찮지만 문제없다. 이 책은 훼스탈이다. 다 소화 시켜줌! “나 소화 다 됐-어요”
③ 임지이 작가가 그린 동글동글 귀여운 삽화는 따뜻하고 부드러우면서 냉철한 지성을 지닌 모자의 분위기를 한껏 살려준다.
④ 이 책 자체가 24권 책 각각의, 또는 책이라는 물성의 진입장벽을 허물어주는 ‘50페이지’ 역할을 한다.
김경민 작가가 쓴 프롤로그에(프롤로그는 엄마가, 에필로그는 아들이 썼다) 스마트폰과 책 읽기의 비교가 나온다.
- 스마트폰은 정말이지 요물입니다. 이것만 있으면 온종일 심심하지 않습니다. 유튜브는 ‘보다 보면 보게’ 됩니다. 전능하신 구글신(神)이 내려주시는 알고리듬을 따라가다 보면 서너 시간 후딱 가지요. 게임은 정말이지 ‘미친 몰입’을 선사합니다. 게임을 하는 동안에는 집에 불이 나도 모를 지경이지요.
- 이에 견주면 책 읽기는 ‘약간의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한 일입니다. 예를 들어 장편 소설 한 권을 읽을 때 처음 50페이지 정도는 지루할 수 있습니다. 인물과 배경에 관한 기본적인 정보를 작가가 ‘깔아 줘야’ 하거든요. 그렇지만 그 ‘깔아 주는’ 구간만 지나면 유튜브나 게임과는 차원이 다른 재미와 몰입을 느낄 수 있습니다.
진입하고 전진하게 해준다. 책 자체에, 여기에 소개된 다양한 분야의 24권의 책에.
“와, 흥미진진한 내용이네? 그 책을 읽고 난 나의 감상은 김경민과 김비주의 것 중 어디에 근접하게 될까? 아니면 완전히 다른 견해를 지니게 되려나? 읽어보는 거야!”
3. 이 책을 읽고 나서의 첫 번째 성과: 코스모스를 펼쳐 들다.
그리하여 나는 우주덕후임에도 불구하고 그 방대한 페이지에 도전하기 두려워 그간 장식품으로만 뒀던 <코스모스>를 펼쳐 든다. 이 책에 소개된 24권 중 마지막으로 등장한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를. 사실 모자의 대화를 읽다가 마지막 즈음에 내 딸이 생각나 조금 울었다.
- 엄마: 칼 세이건은 이 책을 아내 앤 드루얀에게 바쳤잖아. 광막한 공간과 영겁의 시간 속에 당신과 같은 행성, 같은 순간을 공유할 수 있었던 게 자기에겐 기쁨이었다고 말하면서. 엄마는 이 말이 왜 이렇게 울컥하니. 마찬가지로 너와 나는 이 광막한 공간과 영겁의 시간 속에서 엄마와 아들이라는 엄청난 인연으로 만났어. 이 책에 이런 말도 나오지. 코스모스의 어느 한구석을 무작위로 찍는다고 했을 때, 그곳이 운 좋게 행성 바로 위나 근처일 확률은 10의 마이너스 33제곱이라고. 그걸 생각하면 이 모든 일이 기적이야.
- 아들: 아니, 왜 갑자기 이런 낭만적인 분위기를 연출하시는 거죠? 당황스럽게. 나도 이 책을 끝까지 읽어서 뿌듯하긴 해. 나중에 좀 더 지식이 쌓이면 다시 읽고 싶어. 한마디로 멋진 책!
그리하여 완전 마지막엔 웃었다. 책을 읽다가 ‘행복한 눈물, 사랑스러운 웃음’을 선물로 받다니. 그러니까 이 책을 광막한 공간과 영겁의 시간 속에 같은 행성에서 만난 것, 이 또한 엄청난 인연이란 사실. 그 사실에 감읍하여 '코스모스' 임의의 페이지를 펼치자 놀랍게도 인연의 존귀함과 신비에 관한 문단이 보였다.
“인간은 지구 이외의 다른 곳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인간은 이 지구에만 있다. 인간은 지구라고 불리는 이 자그마한 행성에서만 사는 존재이다. 우리는 희귀종인 동시에 멸종 위기종이다. 우주적 시각에서 볼 때 우리 하나하나는 모두 귀중하다. 그러므로 누군가가 너와 다른 생각을 주장한다고 해서 그를 죽인다거나 미워해서야 되겠는가? 절대로 안 된다. 왜냐하면 수천억 개나 되는 수많은 은하들 중에서도 우리와 똑같은 사람은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은하들처럼 많은 책 속에서 만난 <책 읽기는 귀찮지만 독서는 해야 하는 너에게>, 강추 강추 초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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