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과 달리 표지에는 손만 담그고 있어서 웃으며 펼쳤다. 살짝 닿은 손끝들이 반짝거린다.

“인공지능과 안드로이드가 인간의 거의 모든 노동을 대신하는 게 가능해지고부터 공교육은 ‘창의적 인재 양성’을 새로운 목표로 삼았다.”
미래가 현재로 바뀌는 속도가 너무 빨라졌다. 과학기술은 단지 편의를 높이는 것만이 아니다. 아무 브레이크 없이 어느 방향으로든 고도로 개발되는 기술들은 결국 인간의 관리 능력을 벗어나게 되고, 그 결과는 재앙이다. 전쟁 없이 살아본 시간이 극히 짧고 무기 개발에 막대한 자본이 몰리는 이 문명의 성격상 낙관은 불가능하다.
이런저런 이유에서, SF 문학을 한동안 덜 찾게 되었다. 불안과 두려움이 궁금함과 재미를 넘어섰다. 그래서 오랜만에 청소년 문학이자 SF 문학을 읽게 되어 설렜다. 어쩐지 내가 모르는 사이 훌쩍 뛰어넘은 현실과 인식의 변화가 반영된 듯, 과학기술상품은 어느새 인간과 함께 살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감정의 교류를 고민하고 있다.
“지금도 고민하고 있어. 말하는 게 맞을까? 말하고 나면 너와 내가 전과 같을 수 있을까? 너도 같은 마음이었겠지?”
사랑은 어떤 과정과 결과를 거쳐도 확실한 성장의 기회이다. 분명 미래를 배경으로 하지만, 인간은 여전히 위계적이고 차별과 혐오를 일삼는 사회라면 그런 감정은 대상이 누구든 - 무엇이든 - 여전히 어렵고 애틋하기 마련이다. 더구나 예전부터 문학과 영화 속에서 안드로이드는 아이러니하게도 인간보다 인간적인 장점들을 더 굳게 지키고 드러내는 존재였다.
더구나, 인간에 대한 과학적 이해가 깊어질수록, 인간의 선택과 행동에 대한 냉정한 판단과 평가도 가능해진다. 인간이 인간만이 가진 고유하고 가치 있고 의미 있는 것들이라 강변한 것들은 허술한 골조를 드러내듯, 가변적이고 우연적이고 얄팍한 이유를 폭로당하고 만다.
“세상에 진짜는 없고 가짜만 판친다는 그 기묘한 믿음은 성빈을 만나고 그 애의 꾸준한 다정과 친절을 경험한 다음에야 놓을 수 있었다.”
나이가 들수록 모를 일만 많아진다. 성장이라고 하는 것은 무엇이며, 성장은 생물만 하는 것인지, 학습은 성장인지 아닌지. 완벽한 존재도 그런 세상도 없다고 인식하는 것이 성숙한 태도라면, 성장 역시 부족한 점을 채워나가려 실패할 노력을 계속하기보다, 그런 부족함 자체가 내 존재의 구성요소라고 받아들이는 것이 더 나은 것인지.
확실한 것은, 연애도 성장도 어렵다는 것이다. 현실에서도 문학 속에서도 그렇다. 그런 생각에 기분이 가라앉으려 하는데, 책 마지막에 친절하게 설명된 5단계 학습법을 발견하고 크게 웃었다. 이런 구체적인 가이드가 있다는 것이 기분을 가볍게 한다. 이 작품을 통해 독서가 즐거운 활동이라 느낄 독자들이 더 많아지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