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목 시인과 루리 작가가 추천하는 그래픽노블이 출간되었습니다. “알리트”는 “풀리지 않는 매듭”이란 뜻이라고 합니다. 크고 묵직한 양감이 주말을 든든히 채웁니다. 표지 첫 대면에 많이 설렙니다.

“제가 충분히 강하지 못하고, 용감하지 못하고, 저항하지 못해서 생긴 일들 같아요. 모든 것이 정말 버거워요.”
이 작품은 인간의 언어로 만들어졌지만, 인간의 관점이 아닌 방식으로 우주의 풍경과 삶의 본질을 보고 생각하도록 이끕니다. 그래픽의 색감이 인간의 시력에 익숙한 빛과 색이 아니라는 점이 특히 인상적입니다. 시선의 높이와 매질 또한 인간적(?)이지 않습니다. 참 멋진 문학적 체험입니다.
“잊어서는 안 된다. 너희들은 모두 새로운 형태의 실바라는 것을.”
반백년을 살아도 ‘사람으로 사는 일’이 무엇인지 선명하게 정의 내릴 순 없습니다. 원자들의 결합과 분해로 이해하는 무정한 우주의 기계적 운동이 이토록 간명한대로 그렇습니다. 지각과 감정을 느끼는sentient* 존재로 인간과 다른 많은 생명체들이 진화해서이기도 할 것이며, 제 존재의 의미와 세계의 실체를 인지하는 의식이 창발한emerging conciousness 존재여서도 그런 듯합니다.
그렇게 인간 독자로서 복잡한 감정의 맛을 느끼며, 천천히 봅니다. 로드킬과 무자비한 멸종 유발에 집중한 단순한 소재가 아니라서, 개체로서의 생명을 넘어선, 생명계 전체의 순환 원리를 충격적인 감각으로 느끼게 하는 예술작품이라서, 몇 번이나 흔들리고 휘청대며 감상합니다.
“나는 어디에나 있을 것이다. (...) 우리의 생명은 언젠가 멈추지만 그 메아리는 세상 어딘가에서 반드시 울려 퍼진다.”
질투가 날 정도로 (인간)종중심주의를 벗어난 시선으로 이야기를 전달하는 놀라운 작품입니다. 그래픽 노블의 형식으로 더 잘 전달되는 메시지의 매력을 절감합니다. 루리 작가와 유진목 시인의 추천이 더없이 어울리는 사유입니다.
아주 오랜만에 묻고 싶은 질문이기도 합니다. “살아 있다는 것은 무엇인가…….” 설명보다는 우리가 “살아 있다”는, 다른 “살아 있는” 존재들이 있다는 것을 깊이 느끼고 경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이 책은 속삭이는 듯합니다. 그러니... 요란하고 소란한 경쟁과 지배 대신, “함께 엮이고 얽혀 살아가는 연대의 삶”을 아름답게 제안하는 것만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