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함을 지향하되 인생살이의 과정에 그러한 완벽함이 있으리라는 기대감은 전혀 품고 있지 않았다.”
시리즈의 마지막이라서 아까운 기분도 들었지만, 시리즈 중 가장 재밌는 작품이라서, 아끼지 못하고 한 호흡에 읽게 된다. ‘수사’로서는 물론 ‘인간’으로도 하는 참회이니 복잡한 갈등 상황만큼 치열하고 묵직하다.
배경 역사 지식이 많을수록 더 구체적으로 상상하고 이해할 수 있는 작품이고, 마침내 그 모든 지식과 소설적 장치들과 이야기를 아우르는 결말에 도달한다. 전 권에서 한 두 문장으로 언급된 아들의 존재가 이야기전개의 결정적 소재다.
소위 ‘사생아’에 대해 종교적, 정치적, 사회적 박탈이 무자비했던 시절 - 지금도 그런 면이 있지만 - 에, 성직자가 사실관계와 책임을 부인하지 않는 장면은 가짜뉴스와 헛소리와 변명이 창궐한 현실에 비해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그건 주인공에 자신의 메시지를 담은 작가의 세계관일 것이다. ‘부귀영화’를 버리고 자신이 낳은 자식을 끝까지 지키는 역할은 대개 어머니쪽이니까. 어쨌든 캐드펠은 수도사의 의무보다 아버지의 의무를 선택한다. 그리고 직진한다.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그의 행방을 찾아내겠습니다. 끝내 그 아이를 찾아내 자유의 몸으로 만들어줄 겁니다.”
이 마지막 권에서 주인공 캐릭터의 매력은 몇 배나 상승한다. 아들의 정체와 권력 갈등이 궁금했으나, 다 읽고 나면, 완벽하지 못해서 가장 인간적인 그런 인간을 우리가 자신에게도 타인에게도 어떻게 투영하고 받아 들여야 하는지 그 깊은 고민과 태도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인간은 학습을 통해 완전해지지 않고 실수를 통해 더 많이 배운다. 그리고 각자가 고유한 존재다. 다 다르다. 자명한 대전제인데 인간 사회는 ‘다르다’고 욕하고 해치고 죽이는 일이 빈번하다. 인간이 영원히 배워야할 것이자 영원히 못 배울 것 같은 건 ‘함께 살아가는 일’일까 싶다.
“이 싸움은 (...) 양쪽 다 이길 수도 질 수도 없는 전쟁의 양상으로 치달을 것이며, 그렇게 시간과 인명을 한없이 낭비한 뒤에야 제 나라를 폐허로 만드는 일에 염증을 낼 것이다.”
캐드펠 수사가 택한 방식으로 구원 받거나 도움을 받을 이도 있을 것이고 그렇지 못할 이들도 있을 것이다. 그래도, 진실을 밝히고자 애쓰고, 과거의 잘못을 인정하고, 이기적이지 않은 가치들을 지향으로 삼아, 사랑을 믿으며 사는 태도가 잘못이라고는 할 수 없다. 적어도.
현실적인 힘이 되는 멋진 울림이 담긴 결론이다.
사는 일엔 고통이 적지 않지만, 어떤 외적 내적 고통은 더 강렬해지기도 하지만, 혼란과 갈등과 폭력의 시대에도 고민하고 참회하는 이들은 있다. 제 이익 계산에 능숙한 이들이 사회적 자산을 다 쓸어가는 듯해도, 윤리적 선택을 하며 진실하게 살아가는 이들이 있다. 내가 모르는 더 많은 이들이 그럴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