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자들 역시 세잔의 최고의 해는 67세, 피카소의 최고의 해는 26세라고 보고 있다.”
예술가의 생애나 예술 작품 관련 책들은 늘 관심 있게 읽는 편이지만, 이 책은 처음 접하는 방식의 연구 주제와 내용을 다룬다. 이런 식의 분류와 통계와 이론 도출이 낯설고 그 시선이 재미있어서 흥미롭게 읽었다.
한국사회에서는 흔히 암기력과 창의성이 대척되는 능력인 것처럼 교육 이슈로 다루어지지만 그렇게 다룰 문제는 아니라고 늘 생각했다. 저자는 가설을 세우고 방대한 수집 연구를 통해 분석하고 패턴을 찾는다.
“예술가의 사고 과정을 보여주는 것들은 때때로 완성된 작품보다 더 흥미롭다”* * 솔 르윗, 1967

통계 경제학의 방식은 대개 즉자적 흥미를 끌진 못하지만, 대상이 예술가들 - 화가, 조각가, 시인, 소설가, 영화감독 - 이라서, 그들이 창의성을 활용하는 방식과 그 결과인 예술 작품들을 생애주의를 통해 다시 보는 전개가 재밌다.
배경 지식이 없어서, 자세하고 정확한 소개는 어렵지만, 피카소로 대표되는 “개념적 혁신가”와 세잔으로 대표되는 “실험적 혁신가”의 분석 내용을 자세히 정독하고 싶은 독자에게는 매력적인 연구다. 경제학 책이나, 예술가가 겪는 창작의 불안과 고백과 마침내 창의성이 발현하는 순간들은 늘 그렇듯 극적이다.
“실험적 혁신가는 찾고 개념적 혁신가는 발견한다.”

흔히 천재나 거장은 한 명의 인물로 언급되지만, 그 인물이 이루어낸 예술적 혁신은 결국 “고립된 천재” 한 명의 성과가 아니고 그럴 수도 없다. 인간의 유의미한 행위는 늘 협력에 기반을 둔다는 것을 이 책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저자의 제안처럼, 한국 사회에서도 창의성에 관한 이런 차이에 대한 이해가 높아지면 좋겠다. 창의성을 높이는 예술에 무게를 더하는 교육 변화나, 예술 분야가 아니더라도 학습하고 학문을 발전시키는데 활용되는 미래를 상상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