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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은 본래 크나큰 이야기
  • 해변의 스토브
  • 오시로 고가니
  • 9,000원 (10%500)
  • 2025-02-26
  • : 14,685


 

신인 작가의 첫 단편집, 일곱 편의 환상 동화, 2024년 “이 만화가 대단하다!“ 여성편 1위... 때마침 도착한 주말 선물이다.



 

“속수무책으로 커진 눈덩어리를 (...) 함께 안아주고 있는 것 같은 그런 기분이었다.”

 

섬세하고 고요한 일기와 대화 같은 전개가 좋아서 계속 책장을 넘겨보았다. 차츰차츰 기분이 더 애틋하고 말랑해졌다. 나는 늘 현실에 없는 것을 대담하게 상상하는 문학이 슬펐다. 간절한 모든 것은 신성한 기도 같아서.

 

어린 시절엔 정해진 규칙과 일과와 제한들이 많아서, 일상과 삶을 자립적으로 스스로 꾸려나가는 어른이 빨리 되고 싶었다. 그래야 비로소 좋아하는 이들과 좋아하는 일들을 하고 살 시간이 더 많아질거라 믿었다.

 

그런데 현실은 행복한 상상과 아주 달랐다. 법적 성인으로 살아가는 시간은 늘 안타까울 정도로 부족해서, 나는 이제 진심 같은 것을 상세히 털어놓고 설명하고 이해받을 시간 따위는 낼 수가 없다. 어쩌면 남의 얘기를 그렇게 들을 시간도 낼 수가 없을 것이다. 어쩌면 그건 시간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지만.

 

그러니 온갖 채소를 씻고 다듬어서 준비를 다 해준 듯, 생선을 손질하고 구워서 가시를 다 발라준 것처럼, 사유하고 기록하고 전달하는 문학은 진지하고 섬세한 세계들로 나를 데려가주는 거의 유일한 구원이다.




 

차마 못한 말들, 생각조차 미안한 일이 될까 떨쳐버린 것들, 수없이 소리치고 저항하고 싶었던 당연한 것들, 정말 싫지만 일단 피해야했던 것들, 왜 이 모양이냐고 책임을 정확하게 묻고 싶었던 상황들이 그림으로 더없이 적확하게 펼쳐져 있다.

 

무엇보다 서로를 응원하고 구원하는 이들이 있어서 계속 슬프거나 두렵지 않았다. 관계 속에서 나를 다시 찾고 일으켜 세우는 이야기들이 다정한 위안이 된다. 사람은 사람으로 인해 살아나고 살아간다는 모든 이야기가 힘이 된다.

 

“스짱이 세상 어딘가에 살아 있다고 생각하면 나도 힘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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