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들이 서로 부딪치지 않고 군무를 하는 것은 무척 신기해했지만, 30대까지도 새라는 종 자체를 무서워했다. 오래 전 산책할 때마다 나타나서 수다를 떨던 빨간 가슴 로빈이 평생 유일하게 반가운 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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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안전거리(?)에서 쳐다보는 것이 익숙해지고, 까마귀는 참 멋지다고 생각했다. 어느새 놀라거나 무서워하지 않게 되었고, 지금은 새가 등장하는 그림책도 반갑다. 특히 이렇게 사랑스러운 책은 더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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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그림 보는 것을 좋아하는데, 그런 시간을 가진지는 까마득하다. 그림책은 그럼 그림이 여러 개이고, 친절하고 다정하게 이야기를 건네니, 오래 바라보기에 더 좋다. 덕분에 호흡이 들릴 만큼 고요하고 행복한 시간을 가졌다.
날지 못하는 인간이 새를 따라갈 방법으로 작가는 영민하게 함박눈이 내린 날을 불러왔고, 새들은 발자국을 남기며 걸었다. 색색의 새발자국은 모양과 방향으로 모든 순간을 증언하듯 이야기를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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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친구 없이 혼자 노는 아이는, 새들이 남긴 이야기를 놓치지 않고 듣다가, 자신이 새가 되어 함께 날아본다. 그렇게 인간 아이는 땅에서 자유롭게 하늘을 유영하고 새들의 일상을 경험하고 삶을 위한 용기도 배워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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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구름이 지구를 덮은 폭력적인 어른 인간들의 발자국처럼 보여서 미안하고 안타깝고 속상했다. 그래도 어른 독자인 나는 어쩐지 세상이 안 망할 것만 같고, 어쩐지 어린이, 청소년, 젊은이들이 스스로를 구할 것만 같다.
기성세대가 할 일은 사과하고 반성하고 도울 일을 열심히 도우며, 더 이상 망치지 않도록 하는 정도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책임 회피를 하려는 의도는 아니다. 그보다는 방해를 하지 않는 게 더 중요하다는 생각.
“새처럼”이란, 날고 싶다는 인간의 오래된 욕망이자, 자유롭고 싶다는 생명가진 존재들의 요구이자, 협소한 자기만의 세계 이상의 넓고 높은 세계를 경험하고자 하는 성장의 필수조건처럼 들린다.
역시 그림책은 아름답다. 이 책도 더없이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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