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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은 본래 크나큰 이야기
  • 과학 잔혹사
  • 샘 킨
  • 22,500원 (10%1,250)
  • 2024-04-20
  • : 5,890


 

‘호기심’이란 좋은 것일까요. 저는 과학자가 되는 것이 애국이던 시절에 태어나고 자란 과학 세대로서, 무한 긍정만이 존재하는 과학적 사고방식과 태도로 구성된 세계관으로 대부분을 살았습니다.

 

현재까지 인류가 획득한 지식을 착한 외계인이 공짜로 가르쳐줬을 리도 없고, 누군가 깨달음을 통해 많은 비밀을 알아낸 것도 아니니, 당연히 오랜 세월 탐구하고 실험한 세월이 있었겠지요.

 

분야별로 차이는 있겠지만, 실패 끝에 드문 성공을 하는 것이 필연적인 학문인만큼, 시행착오가 수없이 많았을 것이고, 와중에는 지나친 태도와 무자비한 시도, 잔인하고 악랄한 일들도 다반사였을 거라 충분히 짐작합니다.

 

다정하고 배려가 뛰어난, 생물학을 전공하던 친구가, 어느 날 기르던 개구리를 세제를 푼 물에 삶아 뼈모형을 만들었다고 보여준 일이 있었습니다. 몇 번 척추를 어떻게 부러뜨리면 즉사가 가능한지도, 개구리 발가락이 몇 개인지도 즐거운 표정으로 알려 주었습니다.

 

나쁜 사람이라서 잔인한 행동을 하는 게 아니라는 걸, 과학을 한다는 것과 호기심이 인간을 충족시키는 힘 등에 대해 고민이 되었던 추가된 순간이었습니다. 유전자 복제도 마찬가지입니다. 실패와 부작용을 알아도, 관련 연구자 모두 지원만 된다면 끝없이 연구하고 싶다고 고백하던 학회의 그날 풍경이 여전히 생생합니다.

 

“일반 사람들이 염려하는 것을 무시하거나 인권을 짓밟는 과학은 예외 없이 제대로 된 성과를 얻지 못한다. (...) 최악의 경우에는 과학을 하는 데 필요한 문화적, 정치적 자유를 위축시킨다.”

 

그렇게 얻은 지식으로 인류가 건강과 수명을 개선시키고 늘렸다는 점에는 반박의 여지가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리한 결과가 행위와 역사를 모두 정당화하는 건 아닙니다.

 

이 책이 단죄적 어조로 쓰인 것은 아니지만, 이것저것 들은 바가 적지 않은, 과학전공자인 제가 읽기에도 방대한 범죄의 역사로 보입니다. 이만한 자료가 기록된 것이 놀랍습니다. 인류가 이렇게 스스로를 솔직하게 마주할 수 있다는 점이 개선 가능성을 입증한다고도 보입니다.

 

잔혹하고 무섭고 역겨운 내용만이 아니라, 엉뚱하고 어이없어 웃고 마는, 어리석고 안타까운 모습들도 많습니다. 무엇보다 과학과 의학의 역사로 쭉 둘러본 인류의 이야기들을 만나서, 우리가 무엇인지를 더 잘 이해할 자료가 늘어나는 충실한 공부가 됩니다.

 

역사를 공부하는 이점이란, 이렇게 과거를 통해 현재를 살펴보고, 우리가 향하는 방향이 어떤지, 도착지에 무엇이 있을지, 점검하고 반성해보는 조심성을 기른다는 점입니다.

 

“불행하게도 사회가 점점 더 기술과 과학에 의존함에 따라 이 문제들은 더 악화될 것이다. 흥미진진한 새 과학적 모험은 나쁜 짓을 할 새 기회도 제공할 것이다.”

 

지금은 과학기술이 유일한 동력처럼 미래를 전망하는 기준이 되고 있습니다. 이 시점에서, 숨고르기를 하며 인류가 어떤 역사를 거쳐 현재에 도착했는지, 왜 이런 미래기술에 집중하는지를 연결해서 고민해보는 중요한 계기가 되어주는 시간입니다.

 

“세계에 새로운 힘을 도입하는 사람들은 그들이 초래할 수 있는 위험을 완화시킬 도덕적 의무가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자료로서도 가이드로서도 역사서로도 이야기책으로도 부족한 점이 없습니다. 분량만큼 든든한 반가운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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