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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은 본래 크나큰 이야기
  • 플랜B의 은유
  • 윤슬빛
  • 12,600원 (10%700)
  • 2024-04-08
  • : 895


 

좀 더 솔직하다는 청소년 문학의 장점은 물론, 묘사는 다큐멘터리처럼 생생하고, 인물은 드라마처럼 단편마다 금방 구체화되고, 스토리는 아름답고 애틋하면서도 성장하는 힘이 있어서, 감탄과 속상함을 번갈아 느끼며 읽었다.

 

예외 없이 등장하는 부끄러운 어른들 모습에 낯을 붉히기도 하고, 사랑하기 때문에 다칠 수밖에 없는 어리고 여린 마음에 마음이 아프다. 현실 같은 7편마다 전형적인 악당이 없이도 살면서 얼마나 상처가 쉽게 나는지를 따끔거리는 기분으로 목격한다.

 

“어떤 신호도 없이 훅 선을 넘어 후려치는 어른들의 말에 대응하기란 쉽지 않았다. (...)” 뜨겁고 차갑고 뾰족하게 날 선 말들이 몸속을 온통 휘젓고 할퀴고 다녔다.

 

“엄마가 아주 오랫동안 투명 인간처럼 살았다면, 나는 누굴 보고 웃고 떠들고 사랑한다 말했던 것일까.”

 

그래도 아무도 철저히 고립되지는 않아서, 누군가(들)가 늘 곁에 있어서, 다행이고 안도하고 고마웠다. 혼자가 아니라고 여럿이라고해서 ‘모두가 영원히 행복하게 살았’다는 결말은 아니지만, 더 소중한 건 삶의 내용, 방식, 추억, 그리고 나눈 모든 것들.

 

“짊어진 게 무거워도 당장 내려놓을 수 없다면 더 씩씩하게 걸어 볼 것. 함께 걷는 사람이 있다면 보폭을 맞춰 같이 걸을 것.”

 

“허공에 떠 있는 것 같으면, 남들 걸을 때 넌 날아가면 되지. 땅이 밟고 싶어지면 내 발등 밟고 서.”



 

마음이 저릿해서, 우리 집 십대들이 살아갈 세상이 불안해서, 눈물이 고이다 마르다 했지만, 살아있는 존재라는 건, 성장하는 힘이란 것은 문자로도 빛이 난다. 힘이 느껴진다.

 

단편마다 다루는 주제 - 부모의 성정체성, 나의 성정체성, 일상적이고 흔한 혐오, 한양육자(부, 모, 조손)가정, 편견, 가족이라서 가하는 상처 등 - 는 어른이라도 쉽지 않다. 살아보고 늙어보니 어른이라고 참 별 거 없어서 자책 같은 안타까움이 크다.

 

“그렇게 사는 것. 아빠는 나를 구성하는 모든 요소들을 한마디로 일축해 버렸다.”

 

“아빠는 나를 사랑한다고 했지만 아빠의 사랑에는 조건이 너무 많이 붙었다. 절대로 내가 충족시켜 줄 수 없는 조건들이. 그래서 나는 매번 그 사랑이 무슨 의미인지 도무지 알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사실 아득하기만 하고 잘 모르겠다. 그런 악의와 공격성은 어디서 비롯되고 유지되는지를. 책도 읽고 글도 읽었는데 그래도 망연하다. 한 존재가 제 모습대로 살아가겠다는 것에 무슨 욕할 거리가 있는지. 무슨 근거로 권리로 자격으로 이러저러하게 살아야 맞다고 할 수 있는지.

 

“우리가 선택하지 않은 것들로 인해 각자 결이 다른 고통을 안고 자라 온 시간을 헤아리자 깊숙이 속이 쓰렸다.”



 

대단한 건 못하니, 누가 나로 살고 싶다고 하면 힘껏 응원할 것이다. 플랜B가 잘 안 되었단 소식을 듣게 되면, 다음, 그다음 플랜들을 계속 응원할 것이다. 할 얘기가 있다고 하면 열심히 들을 것이다. 걱정이 된다고 사랑해서 그렇다고 무례하게 상처를 내는 일을 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며 살 것이다.

 

“음, 비유지. 직유, 은유 할 때 그 은유. 서로 다른 A랑 B 사이에서 어떻게든 공통점을 발견해 내려는 마음. 되게 간절하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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