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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은 본래 크나큰 이야기
  • 범죄사회
  • 정재민
  • 16,200원 (10%900)
  • 2024-02-26
  • : 3,795


 

북유럽의 문학과 영상들 중에는 북극의 추위처럼 무시무시한 것들이 적지 않다. 그건 오히려 현실이 안전하다는 반증 같아서 씁쓸하게 부럽기도 하다. 안전한 삶이란 운이 좋은 것뿐이고 나도 가족도 친구들도 누구라도 범죄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현실이 포근한 날 식은땀이 흐르도록 두렵다.

 

알쓸범잡은 겁쟁이라 못 보았지만 이 책을 차분히 읽어보았다. 오해와 소문 말고 정확한 진단을 들으면 두려움은 잔존해도 불안은 줄어들 것이다. 범죄가 발생한 이후의 현상, 범죄 행위 판결 소식 이상의 깊은 시선이 필요하다.

 

기억이란 크게 신뢰할 능력은 아니지만, 한국사회가 낯설고 흉흉하게 느껴지는 범죄 형태들은 최근에 목격했다. 당연히 불안은 커졌다. 저자가 ‘범죄의 무차별성’이라 명명한 현상이다. 예측과 관리가 더 어려워진 만큼 두려움이 확산되었는데, 놀랍게도 저급 코미디 같은 무력행사쇼가 펼쳐졌다.

 

이 책에서는 짐작보다 더 다양한 주제들에 집중한다. 범죄의 강력성 여부보다는 범죄 자체가 한 개인의 돌발이나 일탈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이해하는데 맥락이 도움이 된다. 모든 현상은 발생 경위를 추적해야 근본 원인을 파악할 수 있으니까.

 

너무나 신기한 이력을 가진 저자의 경험담은, 이 책이 법학과 범죄학 책이라는 것을 자꾸 잊게 한다. 정밀할 필요에 의해 협소해질 수도 있는 분야인데, 부제에 왜 범죄의 모든 것, 이라고 했는지 경험과 전문성이 펼쳐내는 해설 능력이 놀랍고 재밌고 유익하다.

 

범죄자를 내 눈 앞에서 치워버리고, 해당 범죄가 기사에서 언급되지 않는다고 해결이 아니다. 형량을 마친 범죄자는 사회에 복귀할 것이고, 범죄 발생 조건이 사라지지 않는 한, 동일, 유사, 관련 범죄는 수없이 발생할 수 있다.

 

화가 나는 것을 멈추거나 막을 수는 없다. 그러나 화를 분출하고 속 시원하게 잊어버리면 분노한 에너지는 버려지고 만다. 한 개인이 단계별로 인지하고 해법을 제시하기 어려운 일이지만, 함께 생각하고 고민한 뒤 언젠가 때가 되어 법안이나 행정 변화가 올 때 제대로 확립하는데 힘을 모아야한다.

 

이론보다 사건 중심, 범죄가 소재인 영상물 - 드라마, 영화 -를 사례로 드니 직관적인 연결도 쉽고 접근성도 좋다. 문학, 영상, 현실을 딱 구분하지 말고, 시간을 들여 문학을 읽고 영상을 감상하며 캐릭터와 사건을 이해하듯, 현실의 사건들도 그 정도로는 차분하게 좀 더 천천히 생각하고 함께 고민하면 좋겠다.

 

“범죄의 큰 원인이 사회적 환경에 있는 경우는 물론이고 개인에게 있는 경우에도,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결국 범죄를 억제할 수 있는 방향으로 사회의 환경과 구조를 바꾸는 것입니다.”

 

우리 모두의 아까운 시간, 귀한 에너지가 낭비되지 않게, 범죄자에만 집중하는 방식 말고, 제도와 사회구조를 이해해보자. 덜 불안하고 더 정의로운 사회가 만들어 질 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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