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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돌이님의 서재
  • 사소한 일
  • 아다니아 쉬블리
  • 13,500원 (10%750)
  • 2023-07-20
  • : 2,049
1947년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할안이 UN 총회를 통과 하면서 팔레스타인 땅의 일부를 받은 이스라엘이 1948년 건국을 선포했다.

나치의 학살을 겪은 유대인들은 자신들만의 고유한 나라가 없기 때문에, 유대인 국가 건립이 씨앗이 되어 그들 조상의 땅이었던 팔레스타인에 ‘이스라엘’ 이라는 나라를 건국한 것이다.

박해를 받는 고통 속에 유대민족주의 정체성을 위한 이스라엘 건국이 결과적으로는 팔레스타인과의 충돌, 테러와 보복의 악순환적인 대립을 만들게 된다.

그 이후, 이집트와 시리아 등의 나라들이 만든 ‘아랍 연합군’이 이스라엘의 수도를 공격했지만 거듭 된 패배로 난민만 발생하는 비극을 낳고 만다.

팔레스타인 해방 문제를 알리는 방법으로 테러를 선택하는 무장단체 ‘PLO’를 시작으로 지금의 ‘하마스’까지, 이런 전투적이고 급진적인 조직들의 행보가 무고한 시민들의 목숨을 앗아가고 있다.

이 전쟁은 언제쯤에야 끝이 나는 것일까.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갑갑한 마음에 최소한의 의미를 담아 책을 펼쳤다.

팔레스타인 작가 아다니아 쉬블리의 <사소한 일>은 총 2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는 이스라엘과 주변 아랍 국가간의 갈등이 드러난 대표적인 사건인 ‘나크바(대재앙의 날)’ 전쟁이 벌어진 이후의 상황을 배경으로 1949년 8월 9일부터 8월 13일 닷새간 벌어진 일을 통해 이스라엘 점령군 소대장과 군대가 벌인 참혹함을 보여준다. 2부는 그로부터 25년 후, 어느 팔레스타인 여성의 이야기로 끝나지 않은 과거의 참혹함을 마주하도록 한다.


이집트와 경계선이 있는 남부지역에서 군인들은 진지를 설치하고 훈련과 군사작전을 전개한다. 그리고 순찰을 하면서 아랍인들을 색출하는 것 또한 그들이 하는 일이다.
1949년 8월 이글거리는 햇볓이 내리쬐는 어느 날, 아랍인들과 잠입자들의 움직임이 감지 됐다는 공군 소식통에 소대장과 병사들은 순찰을 하러 나간다.

모래는 먼지구름을 내며 이동하는 차를 따르고, 병사들은 소대령의 지시에 따라 움직인다. 언덕과 언덕을 이동하며 순찰을 하던 중 다른 곳으로 이동하려고 멈췄던 차에 시동을 걸려고 하는 그 때, 어디선가 개 짖는 소리가 들린다.

아랍인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아랍의 유목민 ‘베두인족’을 향한 총구는 요란한 소리를 내며 색출의 완벽한 성공을 알리고, 그 무리 중 한 ‘소녀’를 자신들의 막사로 데려간다.

소녀가 ‘생존의 비극’을 얻게 된 순간이다.


25년후,

팔레스타인의 한 여성은 1부에서 다룬 소녀의 대한 기사를 발견하고 자신의 생일과 우연히 일치하게 된 그 사건에 궁금증을 품게 된다. 결국 그 날의 범죄를 단죄할 단서를 찾기 위해 그녀는 불법적인 방법으로 경계선을 넘는다. 무모하리만큼 위험한 여정이 예상되지만 자신의 신념에 따라 움직인 것이다.

쿵쾅대는 가슴으로 나 또한 그녀의 동선을 뒤쫓아갔다.
이때, 어디선가 나타난 개가 그녀의 차를 향해 달려 들면서 짖어댄다. 앞날의 불행을 예견하는 듯한 징조들 때문에 침착함을 유지 하기가 힘들다. 무섭고 불안하다.


뉴스를 통해 매일같이 알려지는 비극에 ‘저 나라 사람들은 도대체 어떻게 견뎌내고 살아갈까’하는 마음과 함께, 어느 순간 원래 전쟁통 속에 있는 나라, 복잡하고 끝이 보이지 않을 것만 같은 멈춰있는 고통을 겪는 나라로 인식이 될 만큼 희망이 좀처럼 보이지 않는 날의 지속은 점점 ‘무딘 감정’을 만드는게 현실이다.

당장에 눈 앞에 펼쳐진 내 나라 문제에 가려져 우리의 시선은 금세 일상으로 돌려지고, 저자는 이를 경계하는 마음으로 이 책을 통해 우리에게 어떤 메시지를 보낸다.


온종일 굉음과 건물을 부수는 포격, 수류탄 소리 가득한 곳에서 많은 사람들은 불안과 공포를 느끼며, 끔찍한 삶에서 벗어나지 못 하고 있다. 그렇기에 ‘책’에서 알려주는 조각 조각의 기억들을 우리가 가슴에 담아야 하는게 아닌가 싶다. 이 조각들이 결국 사소한 일처럼 묻혀지고 기억에서 사라지는 사건들을 끊임없이 끄집어 내고, 더 선명하게 빛을 내어 많은 사람들이 알아볼 수 있게 만드니까.


이 책 속에서 다뤄진 끔찍한 사건들만 조심히 도려내어 옮겨 놓고 들여다 보면, 각자의 지극히 평범하고 당연한 어느 날의 일상들을 읊어 내려가는 듯하다. 현실의 상황과 대조적으로 보이는 그 감정들을 얇은 두께의 이 책에 담아내는 저자의 방식이 그 날의 사건들을 대하는, 이제는 무딘 감정으로 들여다보는 사람들과 닮은 모습을 하고 있다. 나는 그렇게 느껴졌다.


정착하지 못하고 떠도는 자들의 이야기와 내 삶의 터전이 부서지고 내 가족들이 희생 당하는 고통을 겪고 있는 사람들의 관한 이야기를 읽을때면 늘 무력감에 사로잡힌다.

안타까운 마음으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책을 읽는 것 뿐이기에 그들의 아픔을 이해하는 듯한 나의 감정들이, 시작은 ‘진심’을 담아 들여다봤어도 결국에는 ‘관심’으로만 끝나버린 듯한 원치 않는 칙잡함을 만들어 언제나 무력감을 느끼게 하는 것 같다.


어째서 멈추지 않는 것인가?

강대국들이 개입되고 국제 사회 문제로 까지 번진지 오래된 이 갈등은 ‘종교’가 정치적 영역까지 침범하여 종교적 극단주의자들로 인해 ‘타협’이 안 되는 최악의 상황에서만 머물러 있다.
오히려 이 극단주의자들로 인해서 조금도 양보하지 않는 강경파들만 득세하게 만들었다. 공존하지 못 하고, 평화를 찾지 못 하고, 시민들은 죽어 나가고 있다.

이것이 현재 대부분 사람들의 시각일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의 저자는 이스라엘에 의한 팔레스타인 억압은 민족, 종교, 성별의 대립이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주어진 윤리적 선택의 문제라고 말한다. <사소한 일>은 저자의 그런 시각을 담고 있다.


오늘도 변함없이 아침 해가 밝았다.
잠에서 깨면 일어날 것이고 일을 할 것이고 가족과 함께 할 것이고 TV를 볼 것이고 책을 읽을 것이고 반짝거리는 하늘의 별을 바라 볼 것이고 잠에 들 것이다.

그리고 끊임없는 아픔이, 피부에 느껴지는 폭격에 가까워짐이, 이 시간 어딘가에서 그들에게 하루의 시작을 알리며 기어코, 일상의 삶으로 이어지고 있을 것이다.

끝이 보이지 않을 것만 같은 두려움에도 한 줄기 빛을 바라는 절망감 섞인 희망을 품어 보면서 무연한 마음으로 리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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