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살 차이나는 우리 언니랑 나는 다른 면이 참 많다.
한 뱃속에서 나왔다는 것은 분명한데...
나는 어차피 벌어진 일이라면 해결방안을 생각하고 현실을 받아들이려고 노력해보는 편이고, 언니는 피할 수 있었던 상황이 벌어진 것의 대해서 속을 끓여대면서 불타는 감자가 되어 이와 같은 사태가 또 벌어질지 아닐지도 모를 앞날을 끌고 와서 속을 또 부글부글 끓인다. (언니에게도 ‘사정’은 있을 것이다)
나는 ‘죽고 사는 일 아니면 너무 속 끓이면서 살지마’인거고 언니는 ‘조심해서 나쁠게 없다’라는 거다. (언니의 말도 맞지만 불타는 감자가 아예 터질 것 같은 얼굴로 ‘조심’이라는 단어를 운운하니 나는 그녀의 정신건강이 더 염려되는 것이다)
여러가지 지난 일들을 통해 나는 언젠가부터 평화로움이 깨지는 것을 극도로 예민하게 받아들이게 된 것 같다.
나는 내가 아끼는 사람들이 불행한게 싫은거다.
‘통증’을 덜 느끼길 바라는 마음으로.
물론 나는 안심시키기 위해 내뱉은 말들이 있으니 해결방안을 바쁘게 찾는 남모를 고충은 있지만 그래도 빨리 안정적인 상황을 만들어 주는 것이 불타는 감자의 얼굴을 들여다보는 안타까움에 비하면 훨씬 낫다.
약간의 불신을 갖고는 있었지만 여러 번 검사를 해도 같은 결과가 나온 것도 그렇고 나는 확실히 ISFJ-T 가 맞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겠다.
다름을 이해하면서 서로를 보듬고 살아 나가는게 또 가족이니까. 이런저런 생각하며 또 이렇게 하루가 지나간다.
(P. 52) 만약 우리의 모든 순간이 우리의 모든 현장이 사진으로 기록된다면 우리는 더 잘할 수 있을까. 찍히는 것에 익숙해져 어쩌면 어느 순간부터는 찍힌다는 것을 잊게 될지도 모른다.
(P. 91) 시간을 끊임없이 바라보고 와야 할 것들에 몰두하고 사람들의 얼굴에서 무언가를 찾아내고자 하는 이들은 와야 할 것이다 믿는 것들을 이미 연습을 통해 살고 있을 것이라고.
요즘은 박솔뫼 작가님의 <미래 산책 연습>을 읽고 있다.
읽는 동안 영화 <퍼펙트 데이즈>를 봤을 때의 감정이 떠 올랐다. 잔잔하게 자신의 일상을 살아가는 모습 사이사이 어딘가 모르게 사연이 있을법한 행동이나 등장인물에게서 느껴지는 표정들이 궁금증을 자아낸다. 뚜렷하고 확실한 사실을 알려주지는 않지만 알 것도 같고, 아니여도 상관없는.
그냥 멍하니 따라다니게 되는 그런 감정을 느꼈다.
알아주길 바라고, 알려지길 원하는 느낌이 하나도 없다.
그렇게 느낀 이유 중에 하나는 내가 1982년에 발생한 부산‘미 문화원 방화사건’을 몰랐기 때문이기도 한 것 같다. 그들의 트라우마를 내가 알지 못 했기에 손에 잡히는게 없었던게 아닌가 싶다. 바로 이 사건을 검색하고 들여다보니 이 책 속에 등장인물들이 더욱 입체감 있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도레미파솔라시도 중에 ‘미’이상은 소리 내지 않을 것 같은 잔잔함. 그런데도 그 안에서 외로움과 절실함이 느껴져서 딱히 엄청난 친절함이 느껴지지 않는 글인데도 마음이 간다.
자신의 삶을 살면서 굳이 의식 하지 않아도 묻어 나오는 과거를 떠 올리고, 그렇게 과거를 떠 올리다 보니, 바통을 이어받듯 현재의 내가 존재하고, 그러다 지금의 내 모습을 통해 미래를 가늠해 보기도 하는.
딱 절반을 읽은 상태인데 요란스럽지 않으면서도 살아나가는 ‘강인함’이 은은하게 풍겨지는 등장인물을, 나는 조용히 따라가고 있다.
앗참,
책에 맛있는 거 많이 나온다.
치킨, 도넛, 수육, 오향장육, 빵 등등......
쩝쩝박사는 흐뭇하다. 후훗.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