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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돌이님의 서재
4월의 봄,
하얀 물감 한 방울 ‘똑’ 떨어트려 놓은 분홍빛 세상.
포근하고 좋다.

요즘은 철학자이자 소설가인 스콧 알렉산더 하워드의 <시간의 계곡>을 읽고 있다. 저자는 친한친구의 죽음으로 인한 상실감을 안고 ‘먼저 세상을 떠난, 사랑하는 사람을 다시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이라는 아이디어를 시작으로 이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총 2부로 나눠져 있고 아직 1부도 다 못 읽었다.

동쪽으로는 20년 후 미래의 시간, 서쪽으로는 20년 전 과거의 시간이 흐르는 마을이 있다. 사랑하는 이를 먼저 떠나 보낸 상실감을 안고 사는 사람들이 각자의 사연을 담아 자문기관에 신청 후, 심사를 통해 승인을 받은 이들로 한해서 ‘애도여행’을 다녀올 수가 있다. 멀리서 관망하며 말이다.

나는 양쪽 다 서글프게만 느껴진다.


소재가 그리 낯설게 느껴지지 않다.
”가능만 하다면 과거든 미래든, 가 볼 의향이 있어?” 라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들을 주고 받으며 사뭇 진지하게 고민해 본 경험이 다들 있지 않은가?

철학자인 저자가 상실감을 어떤식으로 풀어나갈지 궁금하면서도 무거운 마음이 드는 것은 역시 피할 수가 없었다.
그래도 현재 읽고 있는 부분은 반짝이기만 한 10대 소년 소녀들의 천진난만함을 느낄 수 있는 모습들이 많이 담겨져 있고, 부끄러움으로 붉어진 얼굴을 숨기지 못하는 아이들의 순수함으로 읽는 내내 마음이 정화 되는 것 같았다.

여름 날, 숲 속 깊은 곳에서 쏟아질 듯한 별을 바라보며 온 세상이 행복으로만 가득 찬 것 같은 느낌이 주는 충만함과 고만고만 한 녀석들이 자기네들끼리 신나서 킥킥 거리는 와중에 코를 자극하는 풀내음에 들숨 한번, 날숨 한번 해 보는 그런 감성.

예상되는 슬픔은 잠시 안 보이는 곳으로...
저 깊숙한 곳으로..


봄을 만끽할 수 있도록 피어있는 꽃들로 출퇴근길이 풍성해서 좋다. 곧 꽃비를 맞게 되겠지?

생각지도 못한 적립금 선물로 기쁨이 대기권을 뚫고 올라가는 바람에 감사한 마음을 담아 이 미천한 먼지가 할 수 있는 것이 ‘독서’뿐이라 책을 몇 권 샀다.

히죽히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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