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곰돌이님의 서재
  • 이반 데니소비치, 수용소의 하루
  • 알렉산드르 솔제니친
  • 7,200원 (10%400)
  • 1998-09-30
  • : 12,592
밑바닥이 보일까 말까 하는 죽 한그릇.
입속에 넣으면 사라질까 아쉬워 혀로 이리저리 굴려가며 최대한 맛을 음미 해야하는 빵 한조각.
해도해도 끝이 없는 작업과 살을 에는 듯한 강추위.
한모금 빨고나면 머리부터 발끝까지 그 연기가 스며들어 취하게 만들지만, 그마저도 있을때나 가능한 타들어가는게 아쉬운 담배. 이 곳에서 빨리 줄어들지 않는 건 그들의 ‘형기‘ 뿐이다.

자유가 없는 억압된 수용소 안에서 슈호프는 되려 자유로워 보이기까지 한다. 머릿속에서는 끊임없는 생각들이 이어진다. 수용소 생활과 관련된 작업의 순서와 실행에 옮겼을때의 미리 맛보는 성취감과 식당으로 달려가 빨리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모든 것을 구상하느라 고향을 그리워 할 시간조차 없다.

이반 데니소비치 슈호프는 오늘 날아갈듯이 가볍게 뛰었다. 작업장에서 몰래 주워 장갑에 숨겨 온 부러진 쇠줄칼토막이 신체검사 시 발각되지 않아서다. (신발을 수선하는 칼로 만들어 신발수선을 하면 수입이 만만치 않을 것이기에) 긴 수용소 생활을 버텨내기에는 현재의 삶을 (이 순간을) 받아들이고 사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들에게 ’기대‘라는 것은 멀게만 느껴지는 ’자유‘보다는 당장에 뜨거운 양배춧국(맹물같은) 을 반원들과 같이 먹는 것, 그리고 작업이 없는 귀중한 일요일 (그마저도 마음편히 쉬는 것이 아니며, 늘 쉬는건 아니다)뿐이다.

고통의 순간에도 악행을 일삼는 무리들을 향한 비난하기 보다는 오히려 즐기는 사람으로 보일만큼 비극의 나날들을 살아냈다. 조금 더 따뜻한 양배춧국, 조금 더 많은 양의 빵 한 조각, 자신에게는 오지않는 소포를 받은 반원에게 얻은 소세지를 잘근잘근 씹으며 성애 낀 창문이 있는 냉한 방에서의 잠자리 들기 전 슈호프는 ’오늘은 거의 행복하다고 할 수 있는 그런 날 이었다.‘ 라고 생각했다. 불행한 운명속에서도 말이다.

  • 댓글쓰기
  • 좋아요
  • 공유하기
  • 찜하기
로그인 l PC버전 l 전체 메뉴 l 나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