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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랏빛소님의 서재
  • [전자책] 플로베르의 앵무새
  • 줄리안 반즈
  • 8,500원 (420)
  • 2016-05-27
  • : 213

  플로베르의 앵무새는 어디에 있을까? 진품임을 강조하며 두 곳에서 전시하고 있는 앵무새중  플로베르 책상 위에 놓여졌던 앵무새는 어느쪽이며 정말 사실일까? 

이 책을 다읽고 나서는 기억과 진실에 대한 확실성이 흐려지는 것을 느낄 것이다. 반스는 작가의 작가라고 일컬어지는 영국의 대표적인 작가이고 얼마전 ebs 위대한 수업에서 반스의 유머에 즐거웠다. 귀스타브 플로베르에 대해서 좀 더 익숙해진 뒤 이 책을 읽었더라면 더 재미있었을까? 

보봐리부인, 감정교육, 순박한 마음, 성 앙투안의 유혹, 부바르와 페퀴셰까지 모든 작품이 다 번역이 되어있다.


 성실히 읽어도 되고 원래 고전이란 읽지 않아도 읽은 것 처럼 얘기할 수 있다는 장점을 살려서 보봐리 부인이 어떤 사람인지 정도만 알고 이책을 읽어도 반스의 '플로베르의 앵무새'를 즐기기에는 부족함이 없다.

화자인 브레이스웨이트의 아내는 간통을 했다. 결혼생활 내내 아이를 둘 낳았는데 그 기간을 빼고는 다른 애인이 있었다.

  보봐리부인을 쓴 플로베르는 젊은 나이에 이미 너무 성숙하다 못해 쇠락해버렸다. 그의 매혹과 사랑은 열 다섯살 때부터 시작하여 간질, 매독, 뇌졸증에도 불구하고 계속 이어진다. 이미 자신의 생을 소설보다 더 기막히게 써 내려간 플로베르에 대해 평론가들이 떠들어 대는 소리는 마치 앵무새 소리같았을까? 아니면 삶은 오직 행동할 뿐이고 글을 통해서 다른 사람의 얘기를 문학으로 들음으로써만 사람은 의미를 캐내고 눈물을 흘릴 수 있으므로 오히려 문학이 삶에 바치는 박제된 앵무새일까?


브레이스웨이트의 아내는 간통했다. 그녀와의 결혼생활은 행복했다. 불행했다. 그녀는 행복했을까? 충분히 행복했을까? 충분히 행복하려고 자신의 앞에 주어진 것에 돌진했다면 얼마큼 행복해야 충분하다고 할 수 있을까?

의사였던 브레이스웨이트는 마지막으로 아내의 보조호흡기를 뗀다. 그녀가 그립고 외롭다. 엘렌. 그의 아내에 대해 그가 알고 있는 사실은 백년 전의 어느 외국작가에 대해 이해한 것보다도 더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그것은 당연하다. "책이 의미를 부여하는 삶은 다른 사람의 삶"이고 책은 일어난 일을 설명해주고 의미를 새겨주지만 삶은 그렇지 않다. 삶은 그녀가 한 행동만을 말하기 때문이다.


에세이같은 소설, 소설같은 에세이, 콜라주같은 기법으로 미술작품을 감상하는 느낌으로 포스트모던한 다양한 질감과 색깔을 즐기며 읽기 그 와중에 반스 특유의 유머와 지성에 반짝 눈을 빛내며 웃어주기.

위대한 수업에서 보여준 반스의 모습을 떠올리면 그는 자신의 작품을 그렇게 힘을 빼고 즐기면서 읽어주길 바랄 것 같다. 그래서 좋아하는 노래를 플레이리스트에 저장해놓고 듣듯이 자주 오래 들어도 좋을 것 같다. 

그물을 정의할 때, 관점에 따라 두 가지 방법이 있을 수 있다. ...어떤 익살맞은 편집자가 그랬듯이 그물을 끈으로 엮은 구멍들의 집합체라고 정의할 수도 있다. 한 사람의 전기를 쓰는 일도 그와 같다. 저인망 그물에 자료들이 가득 차면, 전기 작가는 그물을 끌어올려 포획물을 분류하여 도로 놓아 주기도 하고, 저장했다가 살을 발라내어 팔기도 한다. 그러나 그물 속에 걸리지 않는 자료들을 생각해 보라. 항상 그물에 걸려들지 않아 놓쳐 버린 자료들이 더 많다.- P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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