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허물어짐과 무질서, 더러움은 피할 수 없는 법칙처럼 느껴진다.
엔트로피 제2 법칙이라고 했었나 아무튼 가만히 있어도, 혹은 늘 평소의 루틴대로
일상을 단단히 틀어쥐어도 어느새 어질러진 일상 속에 서 있다.
그때의 기분이란, 참 익숙하면서도 절대로 친근해질 수 없는 패배감 비슷한 것이 있다.
그때 이 책은 도움이 되리라 싶다.
『시와 산책 』
제목만으로는 시에 문외한인 내가 읽어도 될까 싶었다.
하지만 역시 애정 어린 찬사를 무한히 받고 있으므로 자석에 끌리듯 집었다.
대성공. 히얏
허물어지고 무거워진 몸을 일으켜 ‘언젠가 먼 훗날에 ,...’를 흥얼거리며 조용히
산책준비를 하는 자신을 본다.
가만가만히 저녁 어스름같이 불명확한 어둠과 낯섦을 시인인 저자는
언어로 정제된 새 숨을 불어넣는다. 잘 모르지만 이게 아마도 언어의 힘일지도 혹은
시의 치유일지도 모르겠다.
지겹고 싫증 나서 헤어진 미운 마음에 연약하고 보드라운 단어 하나 몇 줄의
문장으로 온 주위의 풍경을 다르게 채색해놓는 힘 말이다.
저자가 그렇게도 몸속 깊이 붙여놓은 산책을 그래서 나도 뒤따라 가야겠다.
남은 부분은 돌아와서 저녁 어스름에 불도 켜지 말고 조용히 낭랑하게 읽어봐야겠다.
저자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