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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을 넘겨서야 쓰는 리뷰... 완독도 9월을 넘겨서야 했다!

10월의 책은 꼭 10월 안에 해치우리라고 다짐하며. 


여성주의 책 같이 읽기가 아니었다면 읽어볼 생각을 하지 않았을 텐데, 읽게 되어서 너무 다행이다. 이 책은 2018년에 나온 책이지만 지금도 현재 진행형인 현상들이 많고, 내가 함께 겪었고 겪고 있는 현상들을 사회학적으로 분석한 연구 결과를 읽고 있다는 느낌은 해외의 이론서들을 읽을 때와는 거리감이 압도적으로 다르다. 문득 도나 해러웨이에게 강좌를 듣는 대학생들은 이런 느낌이겠지 싶어서 조금 부럽지만...


2018년에 출간된 책이라서, 어떤 글은 조금 더 일찍 읽었으면 시의성이 적절했겠다고 느꼈을 듯하지만 대부분은 전혀 시간의 간극이 느껴지지 않았다. 지금 읽는 것도 너무 좋았다. 


백지연의 '불안에도 불구하고'에서 나오는 "혜화역과 광화문 등에서 '불법 촬영 편파 수사 규탄' 시위가 다섯 차례 열리는 동안, 나는 현장에 한 번도 나가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관련 사안에 가담하고 있다고 느낀다. 이것은 나의 착각일까? p.66" 이 구절은 너무나 정확하게 내가 느낀 감정을 묘사하고 있어서 놀랐다. 


느꼈던 감정들이 거짓이 아니라는 것, 그 유대감이 어디서 비롯되었는지, 무엇을 낳는지 아는 것. 두번째 챕터가 너무 좋아서 다 읽지도 않았는데도 만족스러웠다. 


ASMR은 도서관 소음, 까페 소리 등의 ASMR만 알고 있던 내게는 차원이 다른 얘기였는데 반해 맘스타그램, 먹스타그램을 다루는 글은 가까이 닿아 있는 현상에 대해서이다보니 흥미가 갔다. 


맘스타그램 해시태그를 통해서 일상을 기록하는 것들은 플랫폼 회사에게는 사업을 위한 고객 데이터가 축적되는 과정이겠지만, 그 기록은 이 시대를 사는 수많은 개개인들의 것이기도 하다. 양육현실을 드러내주고, 서로의 육아에 대해 공감하고, 가족 공동체 혹은 지역 공동체가 사라지면서 육아에 대한 정보교환의 장이 되기도 하는 반면 상업의 도구로서도 기능하고, 외모관리, 소비, 모성노릇 등의 압박으로서도 기능하는 양상이 마지막 꼭지의 제목에 적절하게 표현되어 있다. 

"소비문화 전시와 자기서사 쓰기 사이의 줄타기." -p. 195


제목을 보고 감탄을 금치 못했지 뭐야. 너무 절묘한 표현이라서. 


그리고 여성 게임 개발자에 대한 글을 가장 늦게 미뤄두었다가 읽었다. 너무 내게 가까운 연구라서 읽는 게 쉽지만은 않았다. 실무자 인터뷰가 너무 적어서 아쉬운 면이 있고. 

트오세 사건과 게이머 게이트 사건을 다룬 문단을 읽다보면 당시의 분노가 선명하게 떠오르고, 티셔츠 게이트도 떠오르고. 

그 이후에 게임업계 최초 노조가 탄생하면서 이어서 2호, 3호 노조들이 나타났다. 노조들의 노력으로 마침내 52시간제가 도입되었다. 아직도 포괄임금제를 고수하는 회사들이 있지만, 최소한 포괄임금제가 페지되어야한다는 인식만큼은 생겨났고, 근무시간과 노동자성에 대한 개념도 조금은 생긴 것 같다. 2018년 당시보다는 많은 게 나아졌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여성 개발자의 노동 환경이 나아졌는가? 이건 잘 모르겠다. 겉으로 보기에는 육아휴가, 출산휴가, 육아로 인한 근무시간 조정 등이 자연스러운 분위기가 생겨났지만, 실질적으로 회사를 리드하는 직위의 면면들을 살피면 여성은 거의 없다. 승진의 기회가 있는가? 장기근속에 무리가 없는가? 이런 부분들을 살펴보면 아직 멀었다는 생각이 든다. 

암묵적으로 승진이 더 어려운 면이 있는데... 실무자 인터뷰가 적으면 실질적으로 그런 부분을 다루기가 더 어렵지 않았을까 싶고. 

글의 후반부에는 여성 개발자로서의 어려움보다는 게임 개발자로서의 어려움에 더 집중되어 있는 것 같기는 했다. 프로젝트가 중단되거나 접힐 경우의 고용불안정성, 오픈 전과 오픈 후의 야근 강요, 인센티브의 불투명함 등은 비단 여성 개발자에게만 해당되는 문제는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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