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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dygrey님의 서재
8월에 야근을 하느라 책은 점심시간에 짬짬이 읽어서 완독했지만 페이퍼를 쓸 시간이 도저히 나지 않았다. 
또 곧 나가봐야하는데 알라딘은 모바일로 상품 링크 연결이 안되는군… 
귀가해서 상품 링크 수정!

 

임신중지권을 둘러싼 입장을 다루면서 반대론자들은 물론이고 지지하는 입장조차도 어떠한 맥락이며, 법적으로 임신중지를 허용하기 위해 가져온 주장의 근거와 감정적인 호소들이 여성의 주체성을 해칠 수 있다는 것을 말한다. 
임신중지에 대해 주로 1970년대부터 이어진 반 세기 정도의 역사 안에서의 쟁점이 이 책의 목표다. 
페미니즘의 역사와 여성 인권에 대해 폭넓게 다루는 책도 좋지만, 시야를 좁혀서 특정 사안을 깊게 들여다보는 것도 좋은 일이다. 추상화, 개념화도 중요한 일이지만 이렇게 특정 사안을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는 건 페미니즘이 내 근처의, 내 삶과 가깝거나 혹은 내 삶에 이미 들어온 일이라는 걸 느끼게 해준다. 

문단의 구조가 종종 견고하지 못하고 문장이 튀어서 잘 쓰여진 글이라고 말하기는 힘든데, 워낙 힘이 있는 이슈를 다루다보니 집중력을 붙드는 힘이 있었다. 
사회는 법적으로 임신중지에 대한 제동을 걸 뿐 아니라 감정과 통념을 통해서도 수많은 제동을 건다. 죄책감, 애통함, 수치심, 여성답지 못함… 사회가 이런 감정들을 만들어 주입했다는 서문을 읽으면서 나는 우리나라의 가족계획을 자연스럽게 떠올렸다. 하나만 낳아서 잘 기르자고 이야기하던 시대, 여아를 태아감별하여 낙태하던 시대에는 임신중지가 손쉽게 권유되던 선택이었는데 불과 몇십년만에 마치 옛 과거는 없었던 양 비난받을 일이 되었으니까. 심지어 낙태죄 폐지가 된 게 언젠데 아직도 후속 입법이 되지 않았고. 

책의 원제는 행복한 임신중지였다고 한다. 
252 페이지의 클레멘타인 포드의 말이 좋았다. 

나는 나 자신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중이었고, 미안해할 일은 없다! 

사회가 고개도 들지 못하고 수치심을 느끼며 괴로워해야 마땅하다고 감정과 태도를 끊임없이 주입하더라도, 
특히나 우리 사회는 여자들에게 시스템 외의 감정적 회초리를 끊임없이 내려치는데…
거기에 대고 고개를 빳빳이 들고 말하는 저 태도. 
너무 좋아서 누군지 찾아봤다. 호주의 작가, 연설가고 제목만 봐도 흥미로운 책을 썼지만 국내에 번역된 책은 없다.

그러고보니 호주 사회 배경의 흥미로운 페미니즘 책이 있었는데… 
호주의 마초적인 분위기가 양육을 원하는 아빠조차도 막아선다는 내용이 있었는데... 귀가해서 어떤 책인지 찾아냈다. 제목이 가물가물해서 한참 뒤졌다. 

애너벨 크랩의 아내가뭄. 

가정 안에서의 아내가 차지하는 노동력과 역할에 대해 기자 출신의 저자가 분석한 책이다. 


기자출신이라 그런지 정말 대중성 있게 잘 썼던 걸로 기억한다. 가사노동과 돌봄노동이 사소한 것으로 치부되지만 기실 그러한 노동이 없으면 사회에서 성공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에 대해서 대중적으로, 쉽게, 그리고 명료하게 전달했던 기억이 난다. 거기에 이러한 노동들을 여성에게만 강요하는 호주 사회의 암묵지에 대해서도 논하면서 그 때문에 가사노동과 돌봄노동을 남성이 하려했을 때 부딪치는 사회적 반발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다. 
다시 보고 싶은데 새로 볼 책도 넘쳐나네... 세상에 읽을 책이 너무 많다! 



나는 임신중지를 한 번도 아니고 두 번 했다.
내가 알기로, 나는 세상에 용서를 구하면서 평생 땅을 기어다녀야 할 사람이다.
두 번의 임신중지야말로 내가 내린 가장 어려운 결정이었다고 외치면서 고개를 숙여야 하고,
그 결정을 날마다 생각해야 하고,
스스로 비정한 영아살해자라는 사실에 극심한 고통을 느껴
지독한 우울에 빠져야 한다.
집어치우라.
나는 두 번의 결정 중 무엇에도 수치를 느끼지 않는다.
나는 나 자신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중이었고, 미안해할 일은 없다. - P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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