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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존의 아름다움
  • 최광진
  • 22,500원 (10%1,250)
  • 2025-03-15
  • : 2,570
최광진의 한국미 시리즈, 마지막 권부터 읽게 되었다. 즉, 앞으로 다른 책들도 읽을 예정이란 뜻이다. 서구, 중국, 일본과 한국의 미학을 비교한 것 하나, 신명, 해학, 소박, 평온을 다룬 것 각각 하나씩 총 네 권인데 나는 현암사의 서평이벤트에 당첨되어서(!) ‘평온미‘를 다룬 <현존의 아름다움>부터 읽었다.

평온미를 담은 고대 불교 조각, 고려 불화, 조선 문인화 몇 작품들에 최광진의 설명을 곁들어 읽으면서 역시 내 취향은 한국쪽이란 것을 다시금 느꼈다. 육체미를 덜어내고 옷주름 하나까지 컨트롤한 섬세함을, 그렇다고 전부 다 계산해서 설계한 것이 아니라 즉흥적으로 이어나가는 자신감을,보살의 옷 문양 문양들을 마치 꿰매듯이 그려놓은 성실함을, 입체감을 절제한 평면에서 고매한 정신성을 품은 한국미는 지독하게도 내 취향이다. 이어서 계속해서 나의 취향을 탐구할 수 있었다.

저자의 전공이 비교미학인 만큼 한중일을 넘어서 서구쪽 작품과 비교하는 맛이 있었다. 고구려 벽화-고구려 불화의 나선형 문양과 이슬람의 아라베스크 문양의 공통점을 찾아보고 마티스의 <붉은 방>으로 이어지는 설명이 가장 흥미로웠다. 최광진의 설명에 따르면 나선형 무늬는 “끝없이 생성하고 변화하는 생명의 파동”이며 “미시 세계의 추상적인 힘의 작용”을 상징한다. 그 맥락에서 그간 내가 왜 뜨왈이나 자카드에 환장을 했는지 조금은 알 것 같았다. 나는 실체가 없는 것을 포착하는 마법을 좋아한다. 문양이 바로 마법의 현현이 아닐지.

순금 분말에 아교를 개어 만든 금니로 작업한 고려불화와 클림트의 작품들을 나란히 놓고 보는 것도 재밌었다. ‘금‘의 쓰임이 불화에서는 열반의 황홀함을, 클림트의 것에서는 사랑의 황홀함을 상징한다고 설명하는데 둘 다 그림 속 ’인물‘보다는 붓을 잡은 자가 말하고자 하는 ’정신성’을 드러내는 역할을 한다고 지적했다. 나 아무래도 고려 불화에 빠진 것 같다. 불화 파트를 특히나 재밌게 읽어서 소개했지만, 조각과 문인화 파트 그리고 현대 작가 박수근, 최종태, 김수자의 작업을 다룬 파트도 충분히 즐겁게 읽었다.

간혹 중국과 일본에 비해 한국을 지나치게 띄워 설명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기도 했지만 한국미학을 사랑하는 사람의 자신감쯤으로 봐도 무방할 것 같다. 아, 박수근의 작품이 책에 직접 실리지 않은 점은 아쉽다. 하지만 그정도는 내가 찾아보면 되고 여러모로 도판과 글 설명이 잘 어우러져서 읽기 편했다. 현암사 편집진의 사려깊은 실력은 반가사유상 부분에서 드러나는데, 그림과 설명을 나란히 놓고 볼 수 있게끔 양 날개에 한쪽씩 차지하도록 실어놓은 덕분에 편안히 감상할 수 있었다.

책은 앞에서부터 차례대로 읽을 것을 권한다. 우선 저자의 친절한 한국 미학 시리즈가 나온 배경 설명을 읽고 시작해야 한다. 그리고 프랙탈과 삼매 같이 앞서 다룬 내용에서 매끄럽게 다음에 다룰 내용으로 이어지는 파트가 있기 때문에 꼭 순서대로 읽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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