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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안서재
  • 세 중국인의 삶
  • 다이 시지에
  • 14,400원 (10%800)
  • 2025-01-10
  • : 795
문학동네 해문클럽 멤버로서 서평합니다~ 도서 제공받고 신나게 읽었어요. 어느 정도냐면 산책하면서 다 읽었음;;; ㅎㅎ

정직한 제목이다. 정말로 3부에 걸쳐 세 명의 중국인 이야기가 펼쳐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두 ‘귀도‘라는 중국의 어느 지역이 배경이다. 어쩌면 오며가며 마주쳤을 사람들이 저마다 잔인한 사정을 품고 있다. 표지도 자세히 보지 않고 바로 이야기 속으로 뛰어들었는데 1부의 결말까지 보고 뭔가 신통치 않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동안 내가 자주 읽었던 장르가 아닌데? 미스테리 스릴러물이다!

스산하고 역겹다. 이야기가 어디까지 처절할 수 있을지 가늠해보면서 한장씩 넘기게 된다. 특히 ’가족‘ 관계를 비틀어서 천인공노할 충격으로 이끌고 가는데 아시아 문화권 독자와 서구, 아프리카 등의 다른 문화권 독자가 서로 다른 감상을 보였을 것 같다. 공동체 중심 문화에서는 ‘가족’ 집합 내부에서 응당 기대되는 저마다의 역할이 있고 그 색채가 강하다. 세 중국인의 삶은 극한의 환경에서 그 역할이 어긋나고 비틀리고 무너지면서 거북함이 배가 된다.

쇠사슬, 신발 한 짝, 철창.
표지에 등장하는 세 이미지는 소설의 각 장을 압축한 것이다. **스포하자면 대신 죽어줄 사람을 구하고, 죽였을 거라고 당연하게 생각하고, 이해 대신 그림을 그린다.

전자제품 폐기물 공장이 들어서고 회색빛이 된 귀한 섬, 귀도의 이야기는 중국을 배경으로 삼고 있다. 한국인 인류학자 조문영의 에세이집 <연루됨>에서 세간의 편견과는 다소 다른 평범한 중국인의 삶을 읽다가, 중국인이었던 프랑스인의 내부고발 같은 소설을 읽고 있자니 평범한 사람을 미치게 만드는 환경이 무엇인지 질문하게 된다. 중국만의 사정이라고 보고 마냥 선 그을 수는 없다. 기술보유국의 산업을 뒷처리하는 상대적 빈국의 이야기다. 기술식민지라고 표현할 수 있을까. <쓰레기의 세계사>란 책에선 벽돌 가마 산업이 활발한 캄보디아 프놈펜을 그린다. 패스트패션의 찌꺼기, 섬유조각들을 연료로 삼아 노동자들은 열기와 연기를 견뎌야 한다. 이런 미친 이야기가 전개 가능한 배경을 세계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그러함에도 이 소설을 계속 보게 되는 구석이 있다. 꼭 얼음가시로 만든 유리성같달까. 잔인하게 돋힌 가시 주위를 맴돌게 된다. 그 가시에 손을 대면 핏방울이 맺힐 게 뻔해서 굳이 가까이 가고 싶진 않다. 소설의 서술이 그러하다. 주인공들의 심리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문장은 별로 없다. 잔인한 상황을 툭툭 던지듯이 그린 서술이 어이없게 처절하다. 이 책을 읽고 지은이 다이 시지에의 다른 소설 <발자크와 바느질하는 중국 소녀>도 읽었는데 마찬가지로 약간 맹한 주인공을 서술자로 삼아서 등장인물의 심리 변화를 자세히 관찰할 수 있는 문장은 별로 없었다. 작가 스타일인가 싶다.

그 작가만 쓸 수 있는 글이 있다. 그는 역사를 견디는 동안 민족지학자가 된다. 소설이란 이름으로 그는 세월을 고발한다. 우리가 소설을 읽어야 하는 이유다. 짧고 압축적이고 잔인한 이 소설이 영화화된다면, 나는 차마 보지 못할 것 같다. 읽은 것으로 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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