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들의 집
평안 2023/06/28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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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미
- 오드리 로드
- 16,200원 (10%↓
900) - 2023-01-25
: 906
오드리 로드, 자미에게는 여성들과의 관계가 바로 집이었다. 제니, 진저, 비, 유도라, 뮤리얼, 아프레케테로 이어지는 사랑 연대기를 통해서 그 점을 깨닫는다. 어머니의 집을 떠나서 만난 여자들과 나눈 사랑이 오드리 로드를 자미로 키워주었다고. 자미는 서인도제도에서 레즈비언을 일컫는 말 중 하나로 “친구이자 연인으로서 함께 일하는 여성들을 부르는 캐리아쿠식 이름”(440)이다. 오드리 로드의 이 책 뒷내용의 삶이 어땠을지는 잘 모르겠으나 이 책 속에서 그는 자기의 상처와 꼭 맞는 사람들을 만난다. 그래서인지 여자들은 서로 닮아보인다. 뮤리얼에게서 제니가 겹쳐보이고, 유도라에게 오드리는 오드리에게 진저같기도 또는 비같기도 하다. 여신같이 묘사된 아프레케테에 할애된 장은 비교적 짧지만 오드리에게 “정서적인 타투”(437)로 남아 멘토 역할을 하지 않았을까 짐작해본다.
오드리 로드가 어머니의 집을 떠나기 전 내용이 책 분량의 반을 차지하지만, 내게 인상깊었고 읽는데 속도가 났던 쪽은 후반부다. 그렇지만 전반부가 좀더 ’신화‘같았다. 특히 첫 생리가 터지고 어머니의 아름답고 신비로운 절구로 사우스를 해먹는 챕터는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이 연상되어 분위기가 신비스럽다. “온몸이 강하고, 꽉 차고, 열린 느낌이었지만, 여전히 절굿공이의 부드러운 움직임, 그리고 부엌을 가득 채운 풍부한 향기, 초여름의 열기가 품은 충만함에 사로잡혀 있었다.”(136) 이 날 이후로 오드리 로드는 그 절구를 쓸 일이 없었다. 그렇기에 이 절구 빻는 행위는 생리가 시작되면서 유년시절에 작별을 고하는 ‘의식’같기도 하다. 또 가장 신화스러운 챕터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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