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전문지 <기획회의>의 오컬트를 다룬 호에서 한국의 오컬트는 무궁무진하다는 글을 본 적이 있다. 실제로 몇 년 사이 '한국형 오컬트'가 크게 유행하고 있다. 영화나 문학이 나와도 낯설게 느끼지 않고, 신선하게 느끼면서 오히려 더욱 공포스럽게 받아들인다. 쉽게 말하자면, 오컬트는 우리의 일상과 관련이 있다. 어렸을 때부터 들어왔던 이야기가 영화/문학으로 재무장해서 다가오면 그것만큼 오싹한 게 없을 것이다.
최근 영화 <파묘>가 크게 흥행했다. '제사'는 한국인의 전통문화라 볼 수 있다. 묫자리, 선산, 제삿밥, 홍동백서 조율이시 어동육서 등 제사와 관련된 용어가 많다. <파묘>는 한국인의 정체성에 관한 영화라 봐도 좋겠다. 영화는 단순한 기담에서 판타지와 가까워진다. 마지막쯤에 나오지만 '그냥 넘어가자."라는 대사가 있지만, '혹시'라는 생각으로 흉악한 것을 퇴치하는 쪽으로 마음먹는다. 과연, 오컬트가 그런 것이 아닐까? 기묘하고 흉악해 보이지만 우리들의 일상에 커다란 해를 주지 않는다. 그러나 무시하지 않고, 한번 들여다보는, 조금 더 맛깔나게 말해보자면 '심연'을 들여다보는 것이 오컬트의 정의이지 않을까?
그런고로, <귀신 부르는 심부름집의 일일>(이하 심부름집)은 그러한 오컬트에 어느 정도 들어맞아 보인다. 물론, 중간중간 등장인물이 해를 입고 슬픔에 빠지기도 한다. 신이 인간을 우선하지 않고 자신들의 기분을 우선시한다. '한국적 오컬트'라면 조금은 따스한 오컬트여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읽으면서 들기는 했다. <심부름집>에서 나오는 신들은 때론 '러브크래프트'의 '크툴루'의 면모가 보였다. 인간은 그저 기도하고 탐구할 뿐 신들의 행동을 바꾸지도 이기지도 못한다. 그것이 조금 아쉬웠다.
그러나 필자는 <심부름집>이 오컬트라는 장르문학에 기여하는 바가 있다고 생각한다. 우선, 한국적 요소가 짙다. 신과 엮인 인물들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심부름집'을 찾는다. 주인공은 젊은 학생으로 사장과 함께 문제를 해결하는 일은 한다. 사장은 마치 홈스와 같은 안락의자 탐정처럼 문제 해결과 주인공에게 명령만 한다. 주인공은 직접 발로 뛰면서 다양한 고난과 함께 문제 해결에 도움을 준다. 책을 읽으면서 작가가 얼마나 많은 조사와 고심을 했는지 엿볼 수 있다. 어둑시니, 해님달님, 용궁, 무당, 동티, 고독, 바리데기, 가택신 등 한국 민속만으로 이루어진 사건을 독자에게 선보인다. 여기서는 서양에 관한 요소가 나올 것 같으면서도 작가는 현란하게 한국적 요소를 넣어버린다.
오랜만에 집중력을 발휘해 읽은 소설이다. 개인적으로 필자는 오컬트처럼 기묘하고 신비로운 이야기를 좋아한다. 또한, 더욱 매력을 느꼈던 이유가 만화 <충사>가 생각났기 때문이다. <충사>에서도 기묘한 존재가 인간과 어우러져 묘한 사건을 일으킨다. 그것 또한 인간의 의지와 상관없이 행동한다. 물론 <심부름집>에서 신은 인간에게 '동티' 즉, 신벌을 내리기도 한다. 하지만 그것이 우리가 알고 있는 신성한 행위가 아니라 마치 인간처럼 '질투'와 같았다.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많은 신들이 절대적이지 않고, 인간과 같은 면모를 많이 보여주는데 <심부름집>에서도 그런 모습이 많이 나온다. 뭐, 억울하고 애달픈 인간이 종종 나오지만.
소설은 어렵지 않고 이야기를 힘차게 끌고 나간다. 많은 한국적 요소가 나오지만 설정이 조금 부실한 감도 있었다. 어떤 신비로운 물건이 있으면 어떻게 만들었는지 얼렁뚱땅 넘어가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이러한 부분은 작가가 놓쳤다기보다는 이야기의 힘이 빠질까 봐 넘겼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야기의 핵심은 신비로운 물건의 출처가 아니라 지금 바로 일어나는 '기묘한 사건'의 원인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작가의 상상력이 앞으로도 기대가 된다. 다음에도 작가의 기담집이 전자책으로 출간하면 좋겠다. 절필하지 않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