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지면에 발표된 '그럴 때가 있다'시를 읽고 많이 좋았습니다.
이 시가 담긴 시집이 출판되었습니다.
시집 이름도 <그럴 때가 있다>, 반가움이 포개고 포개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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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인(人)자의 두 획이 비스듬히 기대어 있는 모습이 그려진다.
우뚝하게 혼자 사는 것 같아도,
다른 사람과 호흡 없이 사는 거 같아도 우리는 서로 얽히고 얽혀 살아간다,
각 연의 시작은 지금껏 살아오면서 한 번쯤은 경험해 봤을 일이다.
매끄러운 길인데 / 핸들이 덜컹할 때
탁자에 놓인 소주잔이 / 저 혼자 떨릴 때
한숨주머니를 터트려버리려고 / 가슴을 치다가, 가만 돌주먹을 내려놓을 때
촛불이 깜박, / 까만 심지를 보여줬다가 / 다시 살아날 때
이어서 이런 일들이 어떤 의미인지 풀어 놓았다.
지구 반대편에서 누군가 / 눈물로 제 발등을 찍을 때다
총소리 잦아든 어딘가에서 / 오래도록 노을을 바라보던 젖은 눈망울이 / 어린 입술을 깨물며 가슴을 칠 때다
어딘가에서 사나흘 만에 젖을 빨고 / 막 잠이 든 아기가 깨어날지도 모르기 때문에
순간, 아득히 깜깜한 먼 곳에 / 불씨를 건네주고 온 거다.
1연과 2연에서는 나와는 직접적이지 않은 먼 나라의 아픔으로 읽기 시작했다.
3연에서는 아픔이 내 것이 되어 버렸다.
아픔 안고 살아가는 내가 4연에서, 나도 누군가를 도와줄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숙연해진다. 그동안 살아오면서 잘 났다고 나선 내가 부끄러워진다.
우린 누군가의 아픔으로 살아가고 있다.
내 아픔을 달래 주는 누군가에 기대어 살아가고 있다.
나도 누군가의 아픔을 달래 주기도 한다. 나도 모르게 불씨를 건네주었을 것이다
우린 서로의 아픔에 기대며 살아간다.
사람 인(人) 자가 바로 서지 못 하고 비스듬히 기대어 있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