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이재경님의 서재
  • 작별인사
  • 김영하
  • 12,600원 (10%700)
  • 2022-05-02
  • : 28,976


 

인간인 줄로만 알았던 소년 철이가 안락한 집을 떠나게 되면서 인간이 느낄 수 있는 모든 감정과 감각을 가진 휴머노이드 기계였음을 깨닫게 되는 과정은 한 인간이 인간으로 태어나 자신의 자아를 찾아가는 여정과 다를바 없었다.

 

그 험난한 여정 속에서 자신과 다른 존재들과 관계를 맺고 이별하고 다시 만나는 과정이 작가의 유려한 문장과 직조하며 거침없이 나아간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자신과 관계를 맺었던 모든 존재가 떠나가고 홀로 남은 철이가 몸을 버리고 의식만 업로드되어 영생을 누릴 수 있었음에도 그는 인간처럼 유한한 삶을 선택하며 죽음을 맞이한다.

 

‘작별인사’는 스스로 자신에게, 그리고 참혹했던 세상을 향한 인사였음을 책을 덮으며 알았다. 인간의 삶이란 고통의 연속에서 살아남으려는 욕망의 결정체이나 결국 죽음 앞에서는 한낱 가여운 존재일 뿐이라는, 그리하여 죽음 앞에 무기력한 인간일 뿐인 우린 지금, 바로 현재를 소중히 여기며 살아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 인간이 인간다울 수 있는 유일한 진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둠이 내리는 차가운 땅바닥에 몸을 눕힌 채 홀로 쓸쓸하고 고요한 죽음을 맞이하는 소년 휴머노이드를 바라보다가 어느새 눈물이 뚝 떨어졌다. 우리의 삶은 그 끝이 다다르는 시간이 다를 뿐 누구나 죽음을 향해 가는 여정이 아니던가.

 

애쓰지 않아도 짙은 어둠을 걷어내고 어김없이 아침이 밝아오듯이 매일 마주하는 오늘을, 이 하루 치의 삶을 소소한 일상을, 무심히 마주하는 풍경들을 미쁘게 바라보며 나를 둘러싼 관계를 소중히 여기며 살아내야지. 다짐하는 어느 오월의 오후,

 

내내 따스한 작가의 시선처럼 쏟아지는 햇살이 몹시도 다정해서 시린 마음 한구석이 데워지며 뭉근해졌다.

 

#작별인사 #김영하장편소설 #도서출판복복서가


  • 댓글쓰기
  • 좋아요
  • 공유하기
  • 찜하기
로그인 l PC버전 l 전체 메뉴 l 나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