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에 빌딩 6층이나 17층, 아니면 43층 창가에 서 있다고 생각해보라. 도시는 세포의 집합처럼 보인다. 어둡기도 하고, 초록색, 흰색, 금색의 불빛이 쏟아지기도 하는 수십만 개의 창문을 가진 세포집합. 그 안에서는 모르는 사람들이 이리저리 흘러 다니고, 저마다 볼일을 본다. 그들은 내 눈에 보이기는 하지만 가까이 가닿을 수는 없다. 세계 어느 도시든 밤이면 겪게 되는 이러한 현상은 아주 사교적인 사람에게도 고독의 전율을, 단절과 노출이 복합된 불편한 감각을 전해준다.- P13
사람은 어디서든 고독할 수 있지만, 도시에서 수백만의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살면서 느끼는 고독에는 특별한 향취가 있다. 많은 사람이 무리 지어 사는 도시에서의 삶은 고독과 완전히 반대라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단순히 신체적으로 가까이 있는 것만으로는 내적 고립감을 밀어내기에 부족하다. 타인들과 어깨를 비비듯 가까이 살면서도 황량하고 적막하다는 기분을 느낄 수 있으며, 오히려 그런 데서 쉽게 느낄수 있다. 도시는 외로운 곳일 수 있다. - P13
사전적 정의에따르면 고독은 타인과의 교제가 없음에서 비롯되는 불행이라고 한다. 그러니 놀랄 것도 없이 군중 속에서도 고독의 극치에 도달할 수있다.- P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