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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있어 반짝이는

청화백자초화죽문각병
흰빛과 쪽빛은 한국인의 꿈이며 또 지체이기도 하다.그 많은 흰 항아리, 그 많은 흰옷사이에 이 팔모 모깎기 흰 병이 차지하는 자리가 어드메쯤인지, 엄청나게 먼 곳에 놓여 있는 것 같기도 하고 또 바로 눈앞에 놓인 곱고 흰 손목을 쓰다듬고 싶듯 문득 정애를 느끼는 아주 가까운 존재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먼 옛날 5백 년이나 거슬러 올라간 옛날에 더 멀고 먼 회교도의 나라에서 온 회청이 그 야릇한 푸른 빛깔을 이렇게 한국의 흰 사기 바탕에 수놓아 준 것은 아마도 이조인의 쪽빛 소망이 그렇게도 간절했던 것을 일러주는 것이다.

쪽을 심어 라 비단과 모시·베를 물들이고, 또 흰 한지를 적셔서 색간지와 시전을 만들던 이조인들의 안목이 일찍이 명나라에서 건너온 신기한 쪽빛 그림 청화백자를 보고, 그 꿈을 서울에서도 이루어 보기를 염원했었다. 세조대왕은 온 나라 안에 포고를 내려서 국산 청화백자를 구워 바치는 사람이 있으면 흔히 상을 내리라고 했고,
전라도 경차관 구치동致은 주야로 궁리하고 나섰는데, 나라 안을 두루 찾아 토청원료를 구해 냈었다.- P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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