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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있어 반짝이는
4장 전쟁터가 되어버린 몸들/
5장 섹스는 연기가 되었다

˝다이어트 식품, 스타일, 미용성형, 제약, 미디어 등 다양한 산업들이 몸을 연기, 조작, 전시의 대상으로 재현하면서, 우리는 몸을 (재)구축하고 개량해야 할 장소로 여기게 되었다.˝(4장, 200쪽)


˝오늘날 몸은 우리가 깃들어 사는 장소라기보다는 차라리 환상을 담는 덮개가 되었다.˝(203쪽)






교묘하게도, 달리 말하면 교활하게도, 스타일산업이 문제라고 진단하는 부분들은 미용산업이 고쳐주려 나서는 부분들과 같을 때가 많다. 그 산업들은 몸의 해체와 재구성을 수반하는 시녀들이다. 그들이 수선방법이랍시고 내놓는 해결책을 보면 써보고 싶은 마음을 억누를 수가 없다. 
우리는 해결책에 유혹당하면서도, 우리를 착취하는 데 혈안이 된 산업들의 피해자로 스스로를 인식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문제를 새롭게 깨닫고 처리하는 일에 적극 흥미를 보인다. 내게 뭔가 잘못된 점이 있지만 운동과 돈과 조심성을 동원하여 노력하면 내 손으로 다시 고칠수 있다. 몸의 결함을 자신이 바로잡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자신의 일부를 잘못된 것으로 규정한 뒤에 그것을 완벽하•게 만들려고 노력하는 이런 심리흐름은 자신의 요구를 보호자가 계속 들어주지 않을 때 아기가 겪는 심리와 비슷한 데가 있다.- P177
...내가 앞에서 주장했듯이, 우리는보통 문제를 
재구성함으로써 충격에 대처하려 한다. (부적절한입술이나 눈썹 때문에) 비판받는다는 느낌을 전복시켜, 오히려 자발적으로 자기개선 프로그램을 수행하는 열정적인 배우로 거듭난다. 
이처럼 우리는 잘못된 것을 고치려고 애쓴다. 흠을 지적받는 것은 시장의 권유를 수용하여 자신을 향상시킬 기회를 얻는 것이다.
우리의 개인적인 신체감각을 교란시키는 이미지들의 배후에 상업적 이해관계가 작동한다는 사실은 이런 식으로 은폐된다.
우리가 열성적으로 미용과 수술 기법을 수용할 때는 상처가 덜 아프게 느껴진다. 그때는 외부로부터 공격을 받아서가 아니라 스스로 원해서 그런 행동을 시작한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P178
나는 스타일산업을 악당으로 몰고 싶은 게 아니다. 나쁜 것은 오히려 그들의 상업적 에너지에 휘둘리는 우리의 불안정한 마음이다. 
패션은 분명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의 면면을 표현한다. 요즘 우리가 날씬함을 강조하는 것은 한편으로는 서구사회가 획득한 풍요의 결과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풍요로움 속에서 오히려 정반대의 의미를 표현하고픈 바람 때문이다. 
온갖 욕구들에서 자유로워지고 싶은 바람, 무엇이든 까다롭게 선택하고 싶은 바람, 몸이 필요로 하는 음식을 통제하고 싶은 바람, 몸의 물질성을 없애고 싶은 바람 말이다. 
그렇지만 오늘날의 패션 산업이 얼마나 숨가쁘게 변화하는지 생각해보자. ... ...- P181
치료사의 입장에서 보자면, 두가지 음식조절 방법은 서로 상보적이다. 
거식증을 겪는 사람들은 자기 싸이즈를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는 반면, 비만인 사람들은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어느 쪽이든 자기를 있는 그대로 보지 않는다. 또한 어느 쪽이든 자기 식욕을 순순히 인정하지 못한다. 
식이장애를 거식증의 형태로 표출하는 사람들은 식욕과 욕망을 너무나 두려워하기 때문에 도리어 몸을 허기진 상태로 만든다. 물론 그들도 허기를 경험한다. 하지만 그들에게 허기는 영양섭취 없이도 살 수있다는 것, 많이 먹을 필요가 없다는 것을 확인하기 위한 도구일뿐이다. 그들에게는 감정적·육체적 식욕이 어색하고 잘못된 것으로 느껴지기 때문에, 그것을 짓밟아야만 한다. 배고픔을 억누르고 배고픔에서 파생된 다른 것들까지 통제하는 것은 거짓된 몸에 대해 음식 지향적으로 반응하는 한가지 방법이다.- P191
통제 불가능할 정도로 먹어대는 사람들도 배고픔과 욕구를 못 견디기는 마찬가지다. 그들은 자신의 욕구를 경험하는 상태를 견디지 못한다. 때문에 배고픔이라는 고통스러운 신호가 닥치기 전에 미리 먹어두는 방법으로 식욕과 욕망의 딜레마에 반응한다.
이런 예방적 폭식도 거짓된 몸의 또다른 형태로 이해할 수 있다. 날씬해지려고 애쓰든, 식욕을 두려워하거나 관리하려고 애쓰든, 식욕에 대한 공포와 위태로운 신체감각은 많은 소녀들과 여성들의 일상에 끈질기게 따라붙는다. 날씬함은 갈망의 대상이 되었다. 그리고 적어도 겉으로는 계급 없는 새로운 사회인 것처럼 보이는 오늘날의 사회에 쉽게 편입하게 해주는 한가지 방법으로 간주된다.- P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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