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철의 침대> 크로아티아, 1994년
자그레브 외곽 난민캠프, 보스니아 난민 인터뷰
레이철의 방에서 하루를 보내고 난 뒤 내 여정은완전히 달라졌다. 나는 인터뷰를 신성한 사회 계약으로 보기 시작했다. 나 혼자만 대상에게서 이야기와 사건, 감정을 취해서는 안 됐다. 우리 사이에
무언가가 오고 가야했다. 나 또한 나를 내보여야
했다. 기꺼이 약해져야 했다. 더는 나만 보호할 수 없었다. 이야기 밖에서 서성이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전쟁은 자연스럽지 않고 그 잔혹함과 끔찍함은 불편한 것이 맞다. 이제 나는 때로 인터뷰 도중에도 눈물을 흘린다. 내가 한없이 작고 무력하다고 느끼며 이를 숨기지 않는다. 과거의 방어적인 태도와 구별짓는 접근 방식은 내 안에서 죽었다.- P137
제가 녹아들 수 있게 해주세요. 뒤섞이게 해주세요. 갑옷처럼 단단한 저의 자아를 해방시켜 주세요. 원안에 받아들여지게 해주세요. 저를 앞세우지 않게 해주세요. 제가 집 잃은 사람이, 집을 그리워하는 사람이 되게 해주세요. 더 많은 것을 무너뜨리기 위해 실망하는 일을 멈추지 않게 해주세요. 저를 더 숨길 수 있게 해주세요, 익명이 되게 해주세요. 그리하여 나의 차례, 나의 메시지, 나의 몫, 나의 작품. 나의 순간을 걱정하는 마음을 버리게 해주세요. 마침내 원 안에 앉을 준비가 되게 해주세요.- P1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