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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많은 "고통에 빠진 사람들과 함께 일하다 보니 때로 워커는 지독한 무력감에 빠졌다. 회복기 군인들 중 예배에 참여하는 인원또한 실망스러울 만큼 소수였다. 하지만 설교는 군인들에게 외면받았을지 몰라도, 워커가 만든 정원은 관심을 끌었다. 7월 중순에는 이렇게 썼다. "정원에는 이제 꽃들이 화려하다. 완두콩 첫 줄은 다 자랐다.
피 흘리는 군인들이 큼직한 콩깍지를 보고 기뻐한다. 그린토마토와작은 호박도 열렸다. 예쁜 당근들도 생겼다." 워커의 정원은 다른 사람들에게서도 칭찬을 받았다. 의무대 대장 앤서니 볼비 경이 칭찬하자워커는 특히 기뻤다. "볼비 경은 내 꽃들에 깊은 인상을 받았고, 이렇게 큰 콩과 완두를 키웠으니 수훈 보고서에 내 이름을 올리겠다고 말한다."- P208
8월에 영국이 진격한 뒤, 워커는 동료 한 명과 함께 하루 휴가를내서 처음으로 전장이었던 곳을 방문했다. "아, 그 광경. 수많은 사람이 끝도 없이 흩어져서" 얼마 전까지 무인 지대였던 곳을 덮고 있었다고 그는 기록했다. "여기 펼쳐진 것은 전쟁의 거대함... 완전한 파괴의감각이다. 교외 지역 땅 몇 킬로미터조차 알아볼 수 없을 만큼 파괴되었다." 그들은 더 걸어서 새로 점령한 지역에 들어갔다. "독일군 참호는 무너져서 흙과 가시철망 더미가 되었다. 지뢰 때문에 파인 거대한구덩이들이 작은 호수와 언덕을 만들었다. 벽돌과 모르타르가 진흙과 멋대로 섞인 곳이 프리쿠르다. 가지를 잃은 창백한 나무들이 부서진 채로 서 있는 곳이 마메츠다."- P208
독일 참호 일부는 습격에도 살아 남았다. 워커와 동료는 참호에들어가 보았다. 참호 안은 ‘스위스 농가‘처럼 목재로 안을 덧대고 카펫과 작은 침대를 놓아, 놀라울 만큼 가정적인 분위기를 풍겼다. 참호바깥에도 돌본 흔적이 있었다. 두 사람은 "앵초, 덤불, 장미를 통, 꽃틀, 화분에 담아둔" 정원을 발견했다. 워커가 사상자 구호소에 만든 정원은 전선 뒤쪽에 있었는데, 이 정원은 전장 한복판에 있었다.- P209
놀라워 보이지만, 참호 정원은 그렇게 특이한 일이 아니었다. 양측군인 모두가 만들었다. 미국 기자 
카리타 스펜서는 벨기에 이프르 근처 드판의 전쟁 지역을 방문했을 때 영국 군인들의 원예 활동을 목격하고 기록했다. 어떤 사람들은 참호 뒤쪽에 작은 정원을 꾸렸다. "처음에는 작은 텃밭이 생기고, 그 옆에 아름다운 것을 가꿀 화원이 생기고, 그 옆에 작은 묘지가 생기고, 그렇게 반복되었다." 스펜서가 썼듯 "포탄이 날아드는 곳에" 살면 "삶과 죽음이 새로운 관계를 취하게 된다. 죽음은 언제라도 올 수 있지만, 그 전까지는 삶을 살아야 한다."- P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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