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을 쓰는 셜록 홈즈 이야기다. 물론 홈즈가 쓰는 건 아니다. 영원한 그의 조수 왓슨이 마술사로 등장한다. 로드 다아시와 마스터 숀 오로클린. 셜록과 왓슨을 빼다 박은 콤비가 살인 사건을 해결한다.
재미있는 소설을 쓰는 방법은 이 세계에 존재하는 작가의 수만큼 많겠지만 가장 중요한 건 세계관을 창조하는 것 같다. 영화 <스타 워즈>는 제목부터 구린내가 진동하고 연출 수준이 심형래와 자웅을 겨룰 정도지만 그 세계관의 크기와 매력은 D-War가 넘볼 수 없다. 캐릭터는 죽고 에피소드는 망할 수 있어도 세계는 영원하다. 기다리면 <만달로리안>과 <아소카> 같은 게 나오는 것이다.
아가사 크리스티나 아서 코난 도일이 창조한 것도 세계다. 포와로나 홈즈의 무게를 이기고 고개를 돌리면 그 아래 놓인 땅이 보인다. 두 작가는 그런 살인과 그런 살인을 해결하는 탐정이 존재하는 세계를 창조했다. 다른 말로는 '장르'를 만들었다고도 한다.
장르가 있기에 <마술사가 너무 많다>도 탄생할 수 있었다. 랜들 개릿을 폄하하는 건 아니다. 장르는 OS고 개별 소설은 애플리케이션이다. 애플리케이션을 잘 만드는 사람은 OS를 완벽히 이해한다. 이 소설에는 장르를 사랑하는 마음이 그득하다. 이야기도 재미있는데 그 마음까지 다가오니 뭐랄까, 친밀한 사람들에게 둘러 쌓여 아는 이야기를 조곤 조곤 나누는 느낌이다.
나는 원래 이 장르를 좋아하지 않는다. 여러 번 얘기했는데, 단어 하나하나에 부스러기처럼 흩어 놓은 단서를 꼼꼼히 따져가며 읽는 독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탐정 소설의 살인 사건은 오직 그 소설에 등장하는 탐정만 해결할 수 있게끔 조작되어 있다. 장르를 읽을 줄 아는 사람들은 어처구니없는 말로 들리겠지만.
460페이지가 순삭 된 이유는 '마술사가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장르에 첨가한 이 조미료 한 줌이 완전히 다른 맛을 냈다. 마스터 숀 오로클린은 오직 홈즈에게 조롱당하기 위해 창조된 것 같은 왓슨과 달리 명확한 역할을 갖는다. 심지어 그는 홈즈에게 월권을 주장하며 자신의 입장을 관철시킨다. 마술사의 힘이다.
매리언 짐버 브래들리는(나도 모르는 작가다) <마술사가 너무 많다>를 "판타지와 탐정소설의 가장 좋은 점만을 결합한 작품이다."라고 평했다. 새로운 장르는 서로 다른 장르를 영리하게 결합하는 것으로도 탄생한다. 랜들 개릿은 단순한 애플리케이션 개발자가 아니었다. 그는 이 소설로 OS를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