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감옥에 들어가는 사람들이 너무 많고, 전 남편과 전 처를 가진 사람이 부모를 모두 가진 사람보다 많아 보이며, 대다수의 사람들은 알콜이나 마약에 중독되어 있는 것 같다. 소설과 드라마 영화만 보면 그렇다. 그들에게 이것은 '노멀'인가? 누가 좀 알려줬으면 좋겠다.
<나의 작은 무법자>의 주인공은 더치스와 로빈, 일명 래들리 가족이다. 로빈은 아주 어리고 래들리는 우리 나이로 치면 중2 정도로 보인다. 둘은 남매다. 더치스가 누나, 로빈이 동생. 더치스는 상당한 문제아다. 머더 퍼커를 입에 달고 사는 데다 온갖 곳에 시비를 털고 자기 엄마의 남자 친구가 될 것 같은 사람의 술집에 불을 지르기까지 한다. 당장 소년원에 가도 이상할 게 없어 보인다. 반전은 이 작은 무법자가 가족을 아주 소중히 여긴다는 것이다. 이 문제아의 발작 버튼은 가족이다. 누구든 자기 가족을 건드리면 소녀는 언제든 악마로 변한다.
래들리 가는 내가 좋아하는 드라마 <오자크>에 나오는 랭모어 가족과 많이 닮았다. 더치스 래들리는 아빠가 없고 루스 랭모어는 엄마가 없다. 랭모어는 호숫가에 살고 래들리는 해변에 산다. 래들리는 운전을 못하고 랭모어는 한다. 루스는 학교를 안 다닌 지 한참 됐지만 더치스는 그래도 아직 학교는 다닌다. 더치스가 돌보는 건 자신의 친동생이고 루스는 사촌이다. 루스는 랭모어 가를 위해 멕시코 카르텔의 돈세탁을 돕고 더치스는 래들리 가를 위해 클럽에 불을 지른다. 우열을 가리기 어려우나, 둘 다 심도 있게 바라본 바, 루스에 비해 더치스는 아직 어린애에 불과하다. 스스로를 무법자라고 칭하는 것만 봐도 그렇다. 루스라면 그런 헛짓거리 대신 상대방의 대가리에 총을 겨눴을 것이다.
아무튼 이 나이브한 무법자 덕분에 가족은 점점 더 진창으로 빠져든다. 제발 정신 차리고 공부나 열심히 하라고 말해주고 싶은데 그런 말이 통할 거 같았으면 진작에 이야기는 끝났겠지. 엄마는 알콜중독자에 아빠는 누군지조차 모르며 돌봐줄 친척이라고는 하나도 없어 식당에서 케첩을 훔쳐야 할 정도니 열심히 살라는 말이 귀에 찰지 모르겠다.
래들리가의 비극은 래들리와 관련된 거의 모든 사람이 죽거나 파멸하거나 완전히 떠나고 나서야 끝이 난다. 그래도 이 결말을 해피엔딩이라 부를 수 있으니, 이 소설이 얼마나 우중충한지 알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분위기보다는 속도가 좀 더 아쉬운 소설이었다. 분량을 100페이지만 줄여줬다면 누가 진범인지 헷갈리게 만드는 트릭도 훨씬 잘 먹혔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