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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인만의 과학이란 무엇인가?
  • 리처드 파인만
  • 9,000원 (10%500)
  • 2008-07-01
  • : 1,607

파인만이 어쩌다 내 인생에 들어왔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양자역학을 탐험하는 과정에서 만났을 것이다. 이론을 전개하는 그만의 독특한 스타일 때문에 빠져들었을 테고. 나는 늘 독특한 사람들에 끌려왔다. 아무리 위대해도 개성이 없으면 마음이 가지 않는다. 리처드 파인만은 별들의 전쟁이라 볼 수 있는 양자역학의 우주에서도 유난히 밝게 빛나는 별이었다.


과학이란 무엇인가? 의심과 불확실성이다. 완전무결한 궁극의 이론은 모든 과학자들의 꿈이지만 역사상 이것이 실현된 적은 아직껏 없었다. 뉴턴은 양자역학의 시작과 함께 고전으로 물러났고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도 블랙홀의 특이점에서는 소용이 없었다. 이것이 진정 최종인가? 이것이 특정 환경에서 여전히 의도한 대로 동작하는가? 과학의 역사란 의심이 역사로 불러도 손색이 없다. 단언컨대 과학자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은 의심이다.


불확실성은 의심을 낳는 토대다. 과학의 정수는 우리가 알고 있는 이 법칙이, 이 진리가 현시점에서 우리가 가질 수 있는 최선의 결과라고 간주하는 것이다. 놀라운 일이다. 그 복잡하고 정교해 보이는 이론들이 우리가 알고 경험한 것들에 한해서만 참이라니. 그런데도 세상은 굴러간다. 마치 멈출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는 브레이크를 단 채 시속 100km로 고속도로를 달리는 기분이다.


무엇을 완전히 알았다고 말하는 순간 과학은 종말을 맞이한다. 의심은 더 이상 사라지고, 과학은 종교가 된다. 과학은 확실히 확신을 경계한다. 모든 것은 과정일 뿐이다. 뉴턴은 그 모든 위대한 업적을 이룬 비결에 대해 그저 거인의 어깨 위에 올라서 세상을 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과학의 존재 이유가 바로 이거다. 누군가에게 거인의 어깨가 되어주는 것. 자기 자신이 그 어깨 위에 올라서는 정복자가 되지 않는 것.


과학이 봐도 봐도 재미있는 이유. 확실과 불확실 사이에서 절묘한 균형을 이루기 때문이다. 불확실을 불안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있다. 모호한 대답을 잘 모르는 것으로 간주하는 사람들도 있다. 정답을 원하는 사람이라면 과학보다는 종교를 갖는 것이 낫다. 정해진 결말을 원한다면 영화를 보자.


아, 한 가지 고백할 게 있다. 이 책에 지금까지 내가 기술한 이런 내용들이 나오리라 확신해선 안 된다. <과학이란 무엇인가>는 파인만의 강연을 옮긴 책이다. 잠시 과학적 태도를 버리고 확신을 하나 들려주겠다. 지금까지 읽은 파인만의 강연록 중 인상적이었던 책은, 단 한 권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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