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챔피언들의 아침 식사>는 커트 보니것 자신이 가장 쓰고 싶었던 소설이었을 것이다. 이 추측을 확신하려면 소설이 쓰인 시기를 주목해야 한다. <챔피언들의 아침 식사>는 <제5 도살장> 바로 다음에 출간됐다. 무명에 가까웠던 소설가를 전 세계적 스타로 만들어준 작품. 킬고어 트라우트가 맹활약하고 이야기가 널뛰는데도 평론가들은 그 시도를 이야기의 주제를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절묘한 미학적 형식으로 인정해 줬다. 보니것 입장에서야 그냥 농담에 불과했을지 모르지만, 평론가들에게는 해석의 미끼가 됐던 것이다.
짹짹?
보니것은 농담을 하지 않으면 죽는 병에 걸렸고 자신의 작품을 벽에 붙여 놓은 바나나처럼 만드는 데 도가 튼 사람이다. 껍질이 노란색이면 <고양이의 요람>이라던가 <마더 나이트>, <신의 축복이 있기를 로즈워터 씨>가 되고 거뭇거뭇 멍들기 시작하면 <타이탄의 세이렌>이, 작두를 탄 것처럼 절묘한 상태, 그러니까 껍질은 완전히 검게 됐지만 그 속은 썩지 않아 엄청난 당도를 지닌 것이 <제5 도살장>, 까봤더니 안 까지 썩어있으면 <챔피언들의 아침 식사>가 나오는 것이다.
들어보라. 이 소설의 줄거리를 요약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대단한 눈썰미가 있는 사람이니 고소득 전문직을 노려보는 것을 추천한다. 작가 본인의 말마따나 이 소설은 이야기가 대단히 파편화되어 있다. 짤막한 상황과 에피소드가 두서없이 분출하기 때문에 마치 브라운 운동을 관찰하는 것처럼 이야기가 난립한다. 보니것이 이런 소설을 자신 있게 내놓을 수 있었던 건 오직 <제5 도살장>의 성공 덕분이었을 것이다. 그 예기치 않은 복권을 손에 쥐고 보니것은 자신이 늘 하고 싶었고, 가장 잘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던 것을 이 소설에 쏟아붓는다.
나는 <챔피언들의 아침 식사>로 말미암아 국내에 출간된 보니것의 전작품을 다 읽은 사람이 됐다. 아마 하나도 빼먹지 않았을 것이다. 나는 이 양반의 이야기를 너무나 사랑하고, 이야기를 대하는 태도까지 사랑해 그 태도를 내 몸에 그대로 덧 입히고 싶을 정도다. 이야기가 꼭 어떤 의미를 가져야 할까? 누군가 잘 해석할 수 있도록 길을 내줘야 하는 걸까? 소설이 독자에게 던지는 농담이어선 안 되는 걸까? <챔피언들의 아침 식사>는 그 태도와 형식 때문이 아니라 내용 때문에 실패했다. 웃기는 장면이 없는 건 아니지만 난해난 부분이 꽤 많다.
나는 이 농담이 가장 완벽하게 구현된 소설을 하나 알고 있다. 아마 보니것은 그런 소설을 쓰기 위해 평생을 노력했을 것이다. 아이러니한 건 그 누구도 이런 소설을 높이 평가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챔피언들의 아침 식사>가 가려고 했던 길의 종착점을 보고 싶다면 <타임퀘이크>를 읽어보라. 이 소설이 보니것의 마지막 작품이었다는 건 정말 보니것다운 결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