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왕국이 어떻게 전기차 강국이 됐는지 얘기하는 이 책을, 과잉 투자로 시장이 붕괴할 우려가 있다는 이 시점에 읽는 이유는, 그래야 배울 게 더 많기 때문이다. 대단한 성과를 이뤘고, 미래의 탄탄대로까지 확신했던 세계는 어떻게 반전이 된 걸까? 전과 후를 번갈아 돌아보며 퍼즐을 맞춰보면 교훈이 선명해질 것이다.
한국은 일본의 뒤를 밟고, 중국은 정확히 한국의 뒤를 밟는 것처럼 보인다. 한국은 60~70년대 국가 주도의 중공업 발전을 계획했고, 석유, 화학, 철강 등이 하드 캐리하며 바통을 이어받은 반도체에 탄탄한 트랙을 깔아주었다. 신발, 섬유, 가발 같은 경공업 제품을 팔아 만든 돈과 외국의 차관을 합쳐 대한민국은 원하는 계획을 실행할 수 있었다.
차이가 있다면 외국의 차관일 것이다.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며 무한에 가까운 대미 수출로 막대한 달러를 축적한 중국 정부는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등 미래 산업에 집중 투자했다. 투자의 종류는 크게 두 가지다. 정부가 지분의 100%를 소유한 국영 기업을 만드는 것과 핵심 제품을 생산하는 사기업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형태. 전기차는 대부분 후자에 속한다.
중국 정부가 전기차 생산 업체에 돈을 지급하는 방식은 세 가지로 볼 수 있다. 첫째는 생산만 해도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이고 둘째는 제품을 사주는 소비자에게 보조금을 줘 수요를 만드는 법, 마지막은 정부가 기업이 만든 제품을 직접 사들이는 방식이다. 전기 택시나 버스를 만들면 정부 소유의 운송 회사들이 사가는 방법이라고 보면 된다.
품질은 나쁘고 가격도 비싼 제품을 팔 방법은 이것의 거의 유일한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항상 제도를 악용하는 이들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한국이야 아무리 보조금을 지급해도 갑자기 자동차를 만드는 회사가 나올 수는 없지만, 중국 대륙에는 이미 오토바이부터 삼륜차, 자동차까지 운송 수단을 생산하는 기업들이 엄청나게 많이 존재하고, 정부에서 막대한 돈이 쏟아지니 방향을 바꿔 도전하는 게 아주 위험한 일은 아니었던 것이다. 게다가 규모가 크면 모든 걸 감독할 수 없다는 '이점'도 존재한다. 일부는 배터리조차 탑재하지 않은 껍데기차를 생산해 보조금을 타갔고, 일부는 아예 생산도 없이 서류를 조작하는 대범함을 보이기도 했다.
이런 식으로 성장한 산업은 필연적으로 뿌리가 썩는다. 인위적으로 형성된 시장을 영원히 유지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보조금이 사라지고 완전한 경쟁 시장이 됐을 때 전국에 깔린 생산 라인에서 전기차는 쉴 새 없이 출고되지만 막대한 물량을 소화하기에 시장의 체력은 아직이다. 중국은 앞서 건설사가 이런 식으로 폭망 했다. 규모가 크면 연관된 산업도 많은 법. 건설사가 망하면 레미콘, 포크레인을 만드는 회사는 괜찮을까? 전기차 산업이 붕괴하면 역시 최강이라 자부하는 중국의 배터리 회사들은 어떻게 될지 궁금하다.
한국은 IMF가 계기였다. 난립했던 산업은 1~2개의 빅텐트로 규합하거나 파산했다. 비정규직 양산과 살아남은 대기업이 자본을 빨아들이는 불균형이 흉터로 남았다. 중국의 전기차 산업은 이 위기를 넘기면 분명 엄청나게 탄탄해질 것이다. 적어도 외양적으로는. 속에선 한국과 마찬가지로 신음하는 시민들이 있겠지만. 사회주의 국가는 이 불평등을 어떻게 해결할지, 정말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