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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의재(四宜齋)

세상에 다시 없는 곳, 베네치아

 

베네치아의 지반은 석호의 뻘밭이다. 그 진흙더미에 말뚝을 엄청나게 박아넣고 그 위에 도시를 건설했다. 이 땅에서는 ‘파종도 경작도 수확도 할 수 없다’. 목숨을 보전할 수 있었지만 먹고 살기는 실로 지난했다. 하지만 베네치아인들은 그 간난신고를 이겨내고 결국 교역으로 부의 제국을 건설했다. 지금도 지반이 서서히 가라앉고 있다고는 하지만 그게 진흙 속으로 푹푹쑥쑥 꺼지지 않고 지금까지 저리 버티고 있다는 것이 너무 신기하고 놀랍다.

 

베네치아는 천년 공화국이다. 로마도 처음에는 공화정이었지만 결국 황제가 등장했고, 이탈리아의 일부 도시에서 공화정이 실험되었지만 오래 가지는 못했다. 천 년 동안 독립을 유지했다는 점. 그것도 공화국으로 천년은 대단하지 않은가? 어디 그뿐인가? 손바닥 만한 땅덩이의 베네치아가 거대한 오스만 제국에 맞서 이슬람의 서진을 막아냈다. 영토는 작았지만 섬에서 섬으로 점조직으로 이어지는 강력한 해상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아드리아해의 여왕으로 군림하며 지중해의 패권을 장악했으니 역시 신기하고 놀랍다.

 

이런 놀라운 점도 물론 흥미를 일으키지만 역시 소생에게 가장 와 닿은 것은 바로 그 이미지다. ‘물의 도시’라는 낭만적이고 환상적인 이미지. 누군가는 이런 말을 했다. ‘물의 도시’를 이길 수 있는 것은 ‘하늘의 도시’, 혹은 ‘공중의 도시’ 밖에 없다고. 뭐 천공의 성 라퓨타라도 나타나면 모를까.... 베네치아는 세상에 다시 없는 곳이다.

 

TASCHEN에서 나온 <THE GRAND TOUR, THE GOLDEN AGE OF TRAVEL>, 생각의 나무에서 나온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두 권 다 책꽂이에도 잘 안 들어가는 엄청 큰 책인데 마침 표지가 모두 베네치아가 배경이고 내용 중에도 베네치아가 있어 몇 장 소개해 봅니다. 이상으로 베네치아 책장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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