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향은 이몽룡과 상관없이 ‘자신을 위해‘ 저항했다. 이몽룡을 사랑했지만 이몽룡을 향한 사랑 때문에 저항한 게 아니라 ‘자신의 사랑을 위해‘ 저항한 것이다. 이 사랑은 자신이 누군가를 진심으로 좋아하고 따랐던 진정을 의미하지, 나를 사랑했던 남자나 나를 구해주러 올 남자 같은 외적상황으로 구현될 그 어떤 존재가 아니다. 결과적으로 춘향은 정절을 지킨 셈이 되었다. 그러나 그녀가 목적하고 의도한 것은 그런 어설픈 정절 관념이 아니라, 자신의 자신다움을 지키려는 것이었다.
사실 춘향은 정절을 강요당하는 상황에 놓인 게 아니었다. 이몽룡은 정절을 지키라고 강요하지 않았다. 했다면 그것은 그냥 헤어지기 위한 하나의 회유책에 불과하다. 이몽룡이 남다른 인물이기에 돌아왔지. 돌아오지 않을 수 있었고 그것이 일반적이다.- P1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