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김미진의 오후 3시

그림<도넛과 파이>

oil on canvas 61×50cm 2014

 

살아간다는 것은 ‘먹어야 할 것’과 ‘먹지 말아야 할 것’을 전제로 한다. 끼니마다 챙겨 먹는 주식이 삶을 지탱하는 음식이라면, 간식은 그 사이에 놓인 작은 쉼표 같은 것이다. 온종일 무언가에 몰두하다 보면, 혹은 아무것에도 마음이 가지 않는 날이면 괜히 달달한 것이 당긴다. 속이 허하고 마음이 뒤숭숭하다는, 그런 신호일지도.


이런 오후에는 향기 좋은 원두커피 한잔과 베이커리의 온기가 남아 있는 도넛이 떠오른다.


도넛은 소비자가 좋아하는 맛만큼이나 종류도 다양하다. 내가 좋아하는 것은 부드럽고 촉촉하면서도 쫄깃한 ‘허니딮’이다. 동그랗게 부풀어 오른 노란 표면 위에 하얀 설탕가루가 살짝 얹힌 모습. 한입 베어 물면 적막하던 오후가 햇살처럼 반짝인다.


도넛 가운데 구멍이 있는 이유는 반죽을 튀길 때 기름 온도를 고르게 퍼뜨리기 위해서라고 한다.

동그라미는 안이기도 하고 밖이기도 하다. 존재를 긍정하는 형상이면서 동시에 부재를 암시하기도 한다. 두 개의 동그라미로 이루어진 도넛, 그리고 그 전체가 이루는 또 하나의 동그라미.

커피와 함께 그 동그란 세상을 조금씩 음미하다 보면, 오래된 기억 한 조각이 혀끝에 맴돈다.


추억 하나의 도넛과 추억 하나의 동그라미.



  • 댓글쓰기
  • 좋아요
  • 공유하기
  • 찜하기
로그인 l PC버전 l 전체 메뉴 l 나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