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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에나  2024-07-29 09:29  좋아요  l (0)
  • 리처드 세넷은 자기 스승이었던 한나 아렌트에게 감히 도전한다. 노동하는 사람에게 생각이 없다굽쇼? 아..스승님, 악기 연주라도 해보셨어요? (세넷은 첼로 연주자이기도 했다)

    무언가를 반복하며 수련하고 숙달되어가는 사람들은, 당신 생각처럼, 사유가 분리되어있지 않아요!

    노동을 초월하는 정치, 노동을 초월하는 사유가 아니라, 지금 이 자리에서, 내 손끝에서 일어나는 사유과 행동의 얽힘을 리처드 세넷은 방대한 사례를 통해 촘촘하게 추적해나간다. 명료하게 개념 하나 설정하고 귀납/연역으로 정리해나가는 글쓰기가 아니라, 읽다보면 여기서 길을 잃기 쉽긴 하지만..나는 장인의 작업 자체가 이런 특징을 가지고 있다고 본다. 표상으로 재현이 불가능한 것.

    장인적으로 뭔가를 한다는 건, 뭔가를 빠르고 쉽게 익혀 성과를 내보여야하고, 자기가 한 것에 비해 훨씬 더 많이 부풀려 나대기까지 해야하는 세상에, 너무 맞지 않지만,

    세넷은 이걸, 우리가 살아가야하는 태도이자 방법으로 만든다. ‘나는 만든다, 고로 존재한다‘, 하나를 만들더라도 세심하게 정성들여 고치고 또 고치는 것이야말로 ‘자기통치‘의 방법이라고 하는 거다. 그런면에서 나는 감히, ‘장인정신‘이 요즘 파다한 번아웃과 신자유주의적 노동에 대항하는 다른 길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훌륭한 장인은 세일즈맨으로서는 별 볼 일 없는 사람이다. 무언가를 잘하려고 몰입해 있지만, 자신이 하는 일의 가치를 설명할 줄 모른다. ˝ #리처드세넷 #장인

    장인은 자기애에 빠지지도 않으며 정체성을 의식하지 않는다. 글쓰기에 비유해본다면, ‘글쓰는 사람‘이라는 정체성을 만드는데 관심이 없고, ‘지금 내가 쓰는 글을 어떻게 하면 더 나아지게 할까‘?라는 문제에 천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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