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상식은 무엇일까?사회적인 공감대가 폭넓게 형성되며, 그것이 사회 변혁의 원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는가?
예전에 고세훈교수님의 '근대정치사상사' 수업을 수강하면서 처음 토머스 페인을 접하게 되었다.
애드먼드 버크에 필적하는 영국의 사상가이자 혁명가, 팸플릿 형태의 '상식론'을 집필 및 배포하여 미국 독립혁명의 불씨를 지핀 인물이라고만 알고 넘어갔다(으레 시험을 위해 그래왔듯이).
안암동으로 올라와서 2년 만에 다시 경향신문을 구독하고한결 여유가 생겨 신문이나 각종 매체를 기웃기웃 하다가 문득 그런 생각들이 들었다.
'이왕 하는거 모두가 잘 살면 좋지 않나?''국회의원이나 대통령 월급 인상도 좋지만, 그 돈으로 가난한 사람을 구제하는게 더 좋지 않나?''돈 더 번 사람한테 세금 올리고 적제 버는 사람은 조금 줄여주면 안되나?''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똑같은 인간이고 누군가의 가장이며 사랑하는 누군가일텐데 왜 저렇게 대할까'
그래서 문득 우리 사회의 상식은 어떤 것일까 생각해보다가토머스 페인의 상식론이 생각나 펼쳐들었다.
그리고 단숨에 읽었다.
"펜은 칼보다 강하다."라는 옛 격언을 느낄 수 있었다. 당시의 국제정세에서 미국이 처한 상황을 읽은 그의 날카로운 통찰력과 필력에 감탄하면서도 종교와 자연에서 보편 타당하게 받아들여지는 원리를 상식으로서 연역해 낸 것이 무척 인상깊었다.당시에는 존재적인 요소가 사회 전반에 널리 통용되고 있어 수많은 사람들이 이 팸플릿 형식의 글을 쉽게 읽고 공감할 수 있었으나 신과 자연, 과학이라는 한 때 존재로서의 영향력을 구가하던 요소들이 몰락해버린 지금의 현실에서 이와 같은 논리가 현실적으로 통할지는 한편으로는 아쉬운 의문으로 남았다. 대중의 공감을 이끌어 내기는 오늘날이 훨씬 어렵기 때문이다. 과연 현재에도 펜이 칼보다 강할지는 의문으로 남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수려한 필력과 속도감 있는 논리의 전개는 지금에도 충분한 시사점을 갖는다고 본다. 가령 정부의 역할이나 통치에 관한 이념은 오늘날의 행정학의 가치에 있어 여전히 중요한 주제이다. 무엇이든 단순해야 수리할 때나 통치할 때나 좋다는 원리는 red tape나 지나친 관료제에 경종을 울린다. 또한 국가는 국민의 안전과 자유, 사유재산을 보장해 주어야 한다는 어쩌면 당연할 지 모르는 그의 메시지는, 각종 사고 및 강압적 통치가 만연한 오늘날의 한국사회를 비판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일종의 준거틀을 제공한다.
오래 전에 구매했던 책을 다시 펼치고 낱장을 넘기면서 오늘날에도 보편적인 상식이 있다면,
모두가 납득하고 냉정히 현재를 바라볼 수 있는 본 저서와 같은 내용의 책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바랐다. 현실은 소설보다 더욱 허구적인 일들이 실제로 일어나는 곳으로 전락해버린 듯 하다.
나는 이 책을 통해 우리나라의 상식은 무엇인지 자문해본다. 자주국방(전시작전권환수문제), 안전(부처 신설이 아닌 안전이라는 정부책무성의 실현), 복지(법인세 감축과 보편세 증액이 아닌, 실질적으로 모든 국민이 행복할 수 있는 사회), 정부이념(경제나 성장 제일주의가 아닌 모두가 행복하고 살기 좋은 대한민국) 등등.
모두가 함께 인간다운 삶을 영위한다면 좋지 않을지. 그것이 나의 상식이자 바람인데 과연 실제 현실은 몰상식이 상식을 대체한 것 같아 깊은 한숨을 내쉰다. 상식이 통용되는 대한민국이 되길 소망하고 또 소망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