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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님의 서재
  • 65세
  • 강명희
  • 11,700원 (10%650)
  • 2021-02-15
  • : 93

저녁식사 후에 식탁에 앉아 읽기 시작했는데 결국 끝까지 다 읽었다. 그만큼 흡인력이 있었고 재미있었다. 이 소설을 읽고 있는 내 나이도 52세인지라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 어느 정도는 모르는 것이 없다 싶었는데, 한 편 한 편을 읽을 때마다 한 방씩 얻어맞았다. 얻어맞는데 통쾌함이 있었다. 노인 세대를 전형적으로 그리지 않아서 넘 반가웠다. 젊은 페미니스트가 이야기하는 것의 반대가 아닌 '넘어섬'이 있어서 좋았다. 그냥 참고 견디는 것이 아니라 솔직해서 좋았다. 


이 소설이 다루는 소재들이 매우 일상적이며 잔잔한데도 재미있는 이유는 기묘한 장치가 숨어 있어서다. 그 장치에는 웃음도 있고 세상을 향하는 따뜻한 시선도 있고 용기와 지혜도 들어 있다. 


어떻게 이런 이야기가 태어날 수 있었을까? 작가는 매우 모범생인 듯 하면서도 엉뚱하고, 세상을 향한 따스한 시선을 갖고 있으면서도 냉철한 판단력의 소유자다. 이런 균형감을 갖고 있지 않았다면 이토록 새롭고 참신한 이야기를 들려주기란 불가능일 것이다. 


우리가 더 이상 뉴스를 보고 싶지 않은 것은 그들이 이야기하는 세상이 왜곡되어 있기 때문이다. 유명한 사람들이 큰 박수를 받으며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싶지 않은 것은, 그런 이야기가 쉽게 빛을 바래기 때문이다. 그들의 이야기는 마치 한껏 괴이한 멋을 부리고 괴이한 취향을 뽐내며 참석한 가장무도회처럼 부풀려져 있는데, 그 파티는 새벽이 오기 전에 끝날 예정이다. 뜨거운 열기가 뭔가 카타르시스가 있는 것 같지만 어딘가 꽉 막힌 것 같은 답답함은 해소할 길이 없다. 


강명희 작가의 소설집 <65세>는 그런 점에서 완전히 대척점에 있는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젊은이들에게는 이 소설을 통해 세대차를 넘어서서 인간으로서 살아간다는 것의 공통점을 발견하게 되는 계기가 될 것이고, 늙어가는 이들에게는 가슴 따뜻한 위로와 응원이 될 것이란 생각이 든다. 


추신 1 : 책도 참 예쁘다. 표지의 그림이 소설과 너무나 잘 어울린다. 또한 각 단편의 속표지에는 손주들의 그림을 삽화로 넣었는데 눈여겨 볼만 하다. 단편 <지난 여름날의 판타지>에서 등장하는 세 명의 손주가 그린 그림이다. 


추신 2 : 전직 교사이자 현직 작가이자 농부이자 지혜로운 할머니인 강명희 작가의 소설집 65세를 읽으며 나의 65세를 준비하고 오래전에 떠나왔던 문학으로 가는 길을 찾아야겠다고 결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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