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톨스토이의 단편집을 읽었다. 보통 문학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톨스토이' 할 때 <전쟁과 평과>나 <안나 카레니나> 같은 대작을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나 같은 경우 톨스토이 하면 그가 썼던 민담과 각종 단편들이 떠오른다. 오늘 읽은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라든가, <바보 이반>, <주인과 일꾼> 등등이 말이다. 그리고 이런 단편집이야말로 톨스토이의 사상을 짧고 강렬하게 경험할 수 있는 중요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톨스토이의 단편들을 모은 이 책을 완독한 결과, 역시나 감동적이었다. 특히나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를 읽고서는 눈물까지 흘렸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는 가난한 구두장이인 '세묜'이 어느 날 교회 성당 구석에서 하느님으로부터 벌을 받고 쫓겨난 천사 '알렉세이'를 만나면서 벌어지는 일을 다루고 있다. 알렉세이는 세묜과 같이 살면서 하느님이 말했던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지'에 대한 세 가지 물음의 해답을 찾게 된다. 그리고 마지막에 하늘로 승천하면서 위와 같은 말을 하는데, 종교적인 것을 떠나서 내게 큰 울림을 줬다. 또한 알렉세이의 저 말은 인류 보편적인 감정인 '사랑'이야말로 사람이 살아가는 이유라는 것을 저자인 톨스토이가 얼마나 강조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이외에도 <바보 이반>과 <인간에게 많은 땅이 필요한가>, <주인과 일꾼>, <항아리 알료사>도 인상적이었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가 사랑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면, 저 작품들은 단순 명료한 진리를 내포하고 있다. 톨스토이는 러시아 민중들을 소중히 생각했다. 아무리 뛰어난 문학 작품이라도 민중들이 이해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훌륭하다고 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고백록> 이후의 톨스토이는 좀 더 민중적인 작품들을 쓰기 시작했고, 그래서 탄생한 것이 바로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와 같은 단편집들이다. 또한 톨스토이는 자신의 작품이 다른 사람들에게 보편적인 감정을 호소할 수 있는,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이 되기를 바랐다. 때문에 대체로 톨스토이의 후기 작품들은 사랑이나 인류애 같은 인류 보편적인 감정을 얘기한다. 개인적으로 나는 이것이 죽음을 앞둔 톨스토이가 진리에 대해 고심한 결과이자, 마지막으로 인류에 대한 희망을 잃지 않고자 했던 그의 믿음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만약 톨스토이 사상의 진수를 보고 싶다면 장편도 좋지만, 단편들을 읽는 걸 추천한다. 또한 러시아 문학이 아직 낯설고, 문학에 대해서도 어렵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들에게도 톨스토이의 단편집을 강추드린다.
여담으로 민음사 판본을 읽으면서 톨스토이 단편집에 대해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톨스토이는 민중의 눈높이에 맞추기 위해 그들의 언어로 작품을 썼다고 한다. 이게 무슨 말이냐 하면, 당시 러시아 민중들은 서로에게 존댓말을 쓰지 않았다고 한다. 존댓말은 수도에 사는 고위층이거나 높은 사람들의 집에서 시중드는 하인들만이 주로 썼고, 일반 시골 민중들은 누구에게나, 설령 자신보다 지위가 높은 사람들 앞에서라도 반말을 했다고 한다! 그래서 민음사 판본에서는 이를 존중해 등장인물들이 대체로 반말을 한다. 우리나라에선 다소 낯설게 느껴질 수 있지만 흥미로운 요소가 아닐 수 없다. 나 같은 경우 이런 섬세한 부분 덕분에 톨스토이의 작품들을 더욱 재밌게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번역도 매끄러우니 개인적으로 민음사 판본을 추천한다!
나는 어떤 인간이든 자신에 대한 염려가 아닌 사랑을 통해 살아 있는 존재가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중략) 내가 인간이었을 때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나 자신이 스스로에 대해 깊이 생각해서가 아니라 지나가던 남자와 그의 아내 안에 사랑이 있었고 그들이 나를 불쌍히 여겨 사랑했기 때문이다. 고아들이 살아남았던 것은 다른 이들이 그 아이들에 대해 숙고해서가 아니라 생판 남인 여자의 마음속에 사랑이 있었고 그녀가 아이들을 불쌍히 여겨 사랑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모든 사람이 생을 유지하는 것은 그들 자신이 스스로에 대해 숙고해서가 아니라 사람들 안에 사랑이 있기 때문이다. (중략) 난 깨달았다. 하느님께서는 사람들이 서로 떨어져 살기를 바라지 않으셨기에 각 사람에게 스스로를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드러내지 않으셨고, 사람들이 함께 사는 것을 원하셨기에 모든 사람에게 스스로를 위해, 그리고 모두를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드러내셨다.- P46
이제 난 깨달았다. 사람들에게는 자신이 그저 스스로에 대한 염려 덕에 살아 있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그들이 살아있는 것은 오직 사랑 때문이다. 사랑 안에 있는 사람은 하느님 안에 있는 자이며, 하느님께서는 그 사람 안에 계신다. 하느님은 사랑이시기 때문이다.- P46
<예술이란 무엇인가>에서 그는 ‘참된 예술‘과 ‘모조 예술‘을 구분하는 특징으로 ‘감염력‘을 꼽았다. ‘감염력‘의 핵심은 감상자가 예술 작품을 보며 다름 아닌 바로 자기 자신이 그 작품을 만들어 낸 것 같은 느낌, 자신이 오랫동안 표현하고 싶어 했던 바로 그것을 보는 듯한 느낌, 한마디로 예술가와 하나가 되는 느낌을 경험하는 것이라고, 그리고 한 개인이 고독에서 벗어나 그 작품을 감상한 다른 이들과 하나가 되는 상태를 체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러한 감염력을 통해 전달되어야 하는 내용은 신 앞에서 모두가 동등하다는 의식, 그리고 종교적이지 않더라도 세상의 만인들이 공감할 수 있는 담백한 일상적 감정들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P3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