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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iori
  • 다정한 매일매일
  • 백수린
  • 13,320원 (10%740)
  • 2020-11-24
  • : 2,014
행복이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일상을 괄호 안에 넣어두는 휴가가 삶을 지속하는 데 필요한 것처럼, 인간에게는 때로 진실을 괄호 안에 넣어두는 거짓말도 필요한 것이 아닐가 생각할 때가 있다. 에메랄드빛 바다와 부드러운 모래가 나른한 꿈처럼 펼쳐지고, 뜨거운 태양아래 올리브가 익는 곳에서의 휴가를 닮은, 미혹으로 가득 찼지만 아름다운 거짓말이. 

하지만 여름의 끝을 알리는 폭우마저 그치고 나면 우리는 다시 집으로 돌아와 트렁크를 창고 깊숙이 넣어두어야만 한다. 틀림없이 쓸쓸하고 때로는 고통스럽기까지 한 일이지만, 계절은 바뀌고, 괄호 안에 넣어두었던 것들과 대면해야 하는 시간은 우리를 어김없이 찾아오니까. _42p

개인적인 취향으로 에세이를 선호하는 편은 아니다. 정말 좋아하는 작가의 에세이도 굳이 찾아서 읽지 않는 편이다. 너무나 재밌게 봤던 작품에 대한 특별함이 깨질 꺼 같다는 생각과, 괜한 실망감이 들까하는 앞서나간 걱정 때문이다. 이러한 걱정을 빼고, 백수린 작가의 소설을 읽지 않은 상태에서 첫 에세이를 읽어보게 되었다. 어떠한 기대나 특별함이 없는 상태에서 읽게되서 인 지 아닌 지는 모르겠지만 이 책은 분명히 ‘따뜻한 책’임이 틀림없다.

그 이유로는 일단, 책 표지가 예쁘다. 흔하지 않은 색감이라서 서점에서도 금방 눈에 띌 것같고, 책등이 길죽해서 가독성을 높여준다. 중간에 삽입된 그림들도 작가가 말하고 있는 상황을 쉽게 상상할 수 있게 도와준다. ( 작가가 책상에서 글을 쓰고 있는 동안에 러그 위에서 몸을 동그랗게 웅크린 채 코를 골며 자고 있는 강아지 그림과 이번 겨울에 꼭 먹어야겠다고 다짐한 슈톨렌 그림이 좋았다. )

에세이라고 해서 작가 개인의 이야기로만 진행되지 않는다. 각각의 이야기마다 베이커리 종류와 책 한권에 대해 간단한 설명과 개인적인 내용들로 이루어져 있다. 이 책을 읽는 중간중간마다 읽고싶어지는 책들을 따로 적어두웠다. 다양한 나라의 작가들과 빵들이 소개된다. 거기에 그 상황에 어울리는 경험담까지. 아마 나는 이런류의 에세이를 좋아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혹시나 개인적인 이야기로 가득한 에세이류를 싫어하는 나와 같은 사람이 있다면 이 책을 추천해주고 싶다. 읽는 내내 몽글몽글한 느낌과 따뜻함을 느낄 수 있을 꺼라고 생각한다.

누군가의 또 다른 얼굴을 보게 되더라도 지나치게 상처받거나 배신감을 느끼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다._27

내 마음의 아우성이 모든 소리를 압도해 고통스러운 날들. _29

이제는 세상에 당연한 것은 없다는 걸 안다. 어떤 관계가 잘 유지된다면 그것은 각자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을. _137

작가는 위와 같은 말들로 청춘을 막막했던 20대 초반을, 사람과의 관계를 말해준다. 그저 괜찮다고 힘내라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희망찬 말들이 아닌 위로와 이해의 말들이라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이 책을 통해 알게 된 많은 책들을 천천히 읽어보고 싶다. 물론 작가의 소설도 읽어볼 것이다. (원래는 작가의 소설과 에세이를 같이 읽는 걸 좋아하진 않지만, 좋았으니 예외다..!) 미래라는 단어가 너무 두렵고, 피하고 싶고, 쓸데없는 걱정들로 가득한 나날들을 보내고 있는 나에게 큰 위로가 되어줬다. 이 따뜻한 느낌을 지인들도 느낄 수 있게 나눠줘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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