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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다 읽을 수 있을까
  • 용서는 바라지 않습니다
  • 아시자와 요
  • 12,870원 (10%710)
  • 2021-11-16
  • : 261

 작가 아시자와 요는 일본의 추리 소설가로, 2000년대 초반부터 문학상에 응모했다. 출판사에서 퇴직하고 2012년 《죄의 여백》을 발표하여 “풍부한 패를 가지고 있어 독자를 질리지 않게 한다”는 심사평과 함께 제3회 야성시대 프론티어 문학상을 받으며 작가로 데뷔했다. 이후 《아니 땐 굴뚝에 연기는》, 《더러워진 손을 거기서 닦지 말 것》 등 발표한 작품마다 문학상 후보에 오르며 작품의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용서는 바라지 않습니다》는 슬픈 미스터리 소설집이다. 5편의 단편에선 어쩔 수 없는 상황에 내몰려 비극의 주인공이 된 여성들이 등장한다. 시아버지의 광기에 휘말려 동네에서 왕따를 당한 할머니(<용서는 바라지 않습니다>), 교통사고 피해자인 남편이 가해자로 몰리는 상황에 놓인 아내(<목격자는 없었다>), 자신도 모르게 손녀를 가스라이팅하는 할머니와 점차 감정을 잃어가는 손녀(<고마워, 할머니>), 언니의 범행과 독박 육아로 서서히 미쳐가는 주부(<언니처럼>), 가족을 잃은 슬픔을 그림으로 승화했지만 그림을 둘러싼 주변의 이기심 때문에 인생을 망친 화가(<그림 속의 남자>).


 이 여성들은 (너무도 당연한 말이지만) 스스로 자신의 삶을 비극으로 치닫게 하지 않았다. 알게 모르게 이들의 등 뒤에 붙어 가파른 낭떠러지로 내몬 주범은 따로 있다. 40년을 살았는데도 이방인 취급하는 마을 사람들, 자기 안위만 걱정하느라 억울한 피해자를 외면한 목격자, 아이의 자아는 염두에도 없는 사회 분위기, 알게 모르게 존재하는 연좌제와 소통하는 법을 잃어버린 가족, 개인의 아픔을 돈과 예술로만 바라보는 주변인들.


 이 때문에 5편의 단편을 읽다 보면 주인공들이 처한 상황으로 가슴 한편이 답답해졌다. 그럼에도 작가의 뛰어난 필력과 매끄러운 번역 덕분에 글을 막힘없이 술술 읽을 수 있었다. 또한 단편임에도 기승전결의 짜임새 있는 구조가 매우 돋보였다. 단순히 이미지에 의존해 휘갈겨 써낸 단편은 확실히 아니라고 말할 수 있다. 게다가 각 단편의 결말에는 소소하나마 감탄을 자아내는 서늘한 반전이 있어서(특히 <고마워, 할머니>의 반전이 꽤 인상적이다) 미스터리 독자라면(혹은 미스터리 독자가 아니라도) 나름 만족할 만하다.


 단편을 읽는 내내 자신만 생각하는 타인과 주변 환경 때문에 ‘착한 생각, 착한 생각’을 되뇌었다. 신문 사회면에 실릴법한(실제로 언젠가 실렸을, 그리고 실릴 수 있는) 비극적인 이야기를 미스터리와 결합해 잘 구사했다고 생각한다. 등장인물의 생생한 심리 묘사와 뼈대가 튼튼한 스토리텔링이 압도적이라 책에서 정말 손을 놓을 수 없었다. 국내에 번역된 아시자와 요의 전작(前作)을 읽은 독자라면 이번 소설집 역시 만족스러울 것이다. 흡입력 있는 이야기, 결말을 장식하는 반전을 원하는 독자에게도 이번 소설집을 추천한다.

갈아탄 지선의 두 번째 역에서 멀어지자 금세 산골 풍경이 펼쳐졌다.- P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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